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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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고 못사는 사랑에는 참 여러 모습들이 있다.

그 사람이 없으면 죽고 못살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언제 다른 이를 사랑했나 싶게 행복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는 사랑한 사람을 잊지 못해 죽을때까지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오래된 연인들이나 부부들을 보면 사랑의 대상을 사랑하면서도 일탈을 꿈꾸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때 불과 몇 초, 몇 시간, 몇 일, 몇 달. 사랑은 길어야 일 년 이나 삼 년 이라하던가. 그만큼 사랑은 너무 행복하고 아프면서도 때론 덧없기도 하다. 사랑의 덧없음. 죽을 만큼 사랑했어도 다른 이에게 끌리기도 하는 것. 영원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을까.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프랑수아즈 쿠아레 라는 본명 대신에 '사강'이라는 필명을 썼던 작가. 작가의 나이 고작 스물네 살에 이런 사랑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소설을 썼다. 어느 정도 삶을 살아본 사람처럼 사랑과 삶에 관조하는 그런 시선이 느껴진 소설이었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이런 소설을 쓸수 있다는 사실. 핑크빛 사랑을 꿈꾸어야 할 나이에 말이다. 책속의 주인공이 서른아홉 살의 여성이어서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다.

 

 

서른아홉 살의 실내장식가인 폴. 그녀에게는 5년간 사귄 남자친구 로제가 있다. 로제와의 사랑에 익숙해져 어느 누구도 사랑할수 없을 것 같고, 거울 속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자꾸 늙어만 가는 것 같다. 로제는 어린 여자와의 하룻밤을 위해 밤에 폴을 혼자 두는 날들이 많아졌다. 외롭고 로제를 향한 사랑에 힘들어하는 폴에게 어느 날 스물다섯 살의 젊디젊은 미남자 시몽이 다가와 적극적인 구애를 한다. 이처럼 외로울때 시몽 같은 젊은 남자가 구애를 하면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늦은 밤 집안에 홀로 울고 있는 것보다 잘생긴 시몽과 함께 저녁을 먹고 그가 고백하는 사랑에 묻어가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더군다나 자신은 늙어가고 있는데. 사랑스러웠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늘어지는 피부가 점점 도드라지기 시작하는데 자신의 마음을 채울 남자가 나타났다면 나도 폴처럼 설레어 할 것 같다.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 인지도 몰랐다.  (57페이지 중에서)

 

 

열네 살 연상인 클라라 슈만을 남몰래 사랑했던 브람스는 사실 프랑스에서는 그다지 사랑받지 못한 음악가라고 한다. 책 속에서 시몽이 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고 묻는다.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어도 음악회에 간 폴. 처음 이 책을 보았을때 나는 당연하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인줄 알았다. 브람스를 좋아하느냐고 묻는 물음표인줄 알았던 거다. 책을 거의 다 읽을 때까지도. 프랑수아즈 사강은 물음표를 넣지 않았다. 말줄임표를 넣었을뿐. 그들의 잠시의 일탈이 이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사랑 모습이기도 하다. 사랑의 영원성을 나타내기 보다는 덧없음. 죽도록 사랑할 것 같아도 그처럼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 과연 서로의 필요에 의해 사랑을 찾지만 또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냥 가버린 상대방에 대해 서운해하고, 사랑의 열정은 저만큼 흘러가버릴 것 같다. 또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될 그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비쳤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책 표지가 정말 예쁘다. 내가 좋아하는 마르크 샤갈의 「생일」이라는 그림이 있어서 더욱 좋았던 책. 폴과 로제의 모습을 보이는 듯한 그림이다. 이처럼 폴은 로제와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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