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과 집 -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
데이미언 톰슨 지음, 정주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천정부터 바닥까지 책이 쌓여있는 곳. 방의 사면을 책으로 가득 채워놓은 곳. 그 공간의 유리창으로 비추는 햇볕을 받으며 푹신한 쇼파에 앉아 책을 읽는 나. 그곳에서의 생활을 꿈꿨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좋은 책을 보면 갖고 싶은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공통점이리라. 집을 약간 넓혀 이사하면서 아예 책방을 하나 만들어야지 했다. 잡동사니들을 채워놓을 공간들이 필요해 책방으로 쓰려 했던 곳을 결국에는 사면을 다 책으로 채워넣지 못했다. 거실의 부엌벽의 한쪽 면을 아예 책장으로 채웠다. 그 책장도 모자라 거실의 넓은 탁자에 몇 권의 책, 거실 한쪽 귀퉁이의 낮은 탁자에 또 책이 여러 권, 침대 옆 테이블에 역시 책 몇 권. 우리집엔 책 외에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았다.
책으로 집안을 꾸미는 이야기를 담았다.
디자이너, 건축가, 화가, 사업가 등 여러 책 수집가들의 개인 서재의 집안 곳곳의 풍경을 담은 책이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계단 밑의 작은 공간이라든지 문 옆과 문 위 공간까지 책장을 짜 만들어 책을 수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변호사 서재 라고 불리는 판례집 등이 먼지가 쌓이지 않게 유리창이 달린 책장. 침대 머리맡에도 몇 칸의 책장을 짜 넣어 책을 수납하는 모습들은 좋아하는 책을 꽂아 두는 곳의 인테리어 효과를 주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쌓아두고 있는 책들은 색깔 별로 혹은 크기별로 진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일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책좀 읽는 다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습성, 읽지 않은 책이 쌓여있는데도 읽고 싶은 책이 보이면 책부터 구입하고 보는 그런 습성 말이다.
내 아이들의 집안 장식은 필요한 만큼의 책꽂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다(작가 애나 퀸들런) 의 이말에 나도 공감 백배 하고 있다. 책은 장식의 효과도 크고 과시용으로 사용된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진열하려는 애서가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하나의 요소가 있으니, 바로 "책을 빌려가는 사람들, 즉 전집의 이를 빼놓고, 책꽂이의 균형을 파괴하며, 짝 잃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피터 드러커)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을 그대로 아는지. 또한 비평가 애너톨 브로야드의 말을 예로 들고 있었다. "나는 책을 빌려줄 때, 결혼하지 않고 남자와 동거하는 딸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이 된다." (86페이지 중에서) 애너톨 브로야드의 이 말에 무릎을 치는 애서가 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할때가 제일 곤혹스럽다. 빌려 준 책이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자꾸 책장의 빈 곳을 초조하게 들여다 보는 나를 발견하고 있으니 할 말 다 했다.
거실, 서재와 작업실, 부엌과 식당, 침실과 욕실, 계단과 복도, 어린이방에 이르기 까지 책은 우리 들의 곁에서 늘 함께하고 있다. 페인트가 벗겨져 나뭇결이 얼룩져 보이는 오래된 의자나, 책상. 오래된 책의 벗겨진 책등 들도 정겹게만 보였다. 책 제목이 보이게 책들을 탑처럼 쌓아 만든 선반은 어떻게 보면 불안하게 보이기도 한다. 책 한 권을 빼면 책더미가 무너지고 말 것 같다. 책만 쌓아둘 줄 알았지 인형이라든가 무얼 꾸밀 줄을 모르는 나는 부러운 풍경이기도 하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한 쪽의 계단참을 차지한 책들이다. 좁은 아파트를 이용해 계단참의 한쪽에 책을 쌓아두고 있다. 꽤 많아 보이는 책들의 무게로 인해 책들이 무너지지는 않을지, 계단을 오를때 나무로 만든 계단이 망가지지는 않을지 조금 불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내가 책을 사랑하듯이 아이들도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아니, 책을 사랑하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이 없는 집은 창이 없는 방과 같다. 책을 살 돈이 있는데도 아이들 주변에 책을 두지 않고 아이들을 키울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라고 했던 호레이스 만의 말처럼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책 속에서 많은 걸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