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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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본다.

까만 밤하늘에 수없이 떠있는 별들이 빛을 발하는 밤. 우리가 아는 별자리를 찾으면서 어느새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간다. 별빛을 많이 보았던,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그때를 그려본다. 별빛을 보며 소원을 빌곤 했던 그때. 그때가 참 좋았었지. 우리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것도 좋았고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던 그때. 별빛은 그렇게 우리의 소원들을 밤하늘 가득 담았다. 우리 안의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만났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빛이 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외모가 뛰어나서가 아닌 정감이 저절로 느껴지는 따뜻함 같은게 빛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환한 빛.

 

정훈에게 아빠를 잃었던 열네 살에 그렇게 빛을 느꼈다. 우주의 모든 별들이 움직임을 멈춘 순간에 느꼈던 빛으로 인해 새로운 감각을 갖게 된 아이. 가장 슬픈 순간, 아빠가 죽어 너무 슬퍼서 눈물이 앞을 가릴때 느낀 빛으로 인해 다른 이들의 생각을 알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 단 둘 뿐이었던 아빠가 내 곁에서 사라졌을때 너무 슬퍼서 울기만 했던 소년. 자기를 거둬주었던 권대령에게서 도망쳐올수 밖에 없었던 1984년은 슬플수 밖에 없었다. 80년 5월 때문에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없던 죄도 만들어 죄인으로 만들수도 있었던 어둠의 시기였다. 소년이 슬픔속에 빠져있을때 만났던 이들도 다 슬프다. 애인이 자신 때문에 죽었다 슬퍼하는 여자이기를 거부하는 강토와 신문에 쓴 글 한 줄이 정부기관의 타겟이 되어 해직당한 전직기자 재진 아저씨. 너무너무 슬퍼서 눈물 흘리는 소년. 다른 이들의 마음을 듣고 움직이게 할수 있는 소년은 그렇게 슬픈 와중에서도 자라고 있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데서 소년은 하루하루 성장을 하고 있었다. 사니까 그냥 살아지는 것일까.

 

다른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 능력으로 이 세상을 바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어. (259페이지 중에서)

 

열다섯 살의 정훈이 슬픔을 극복하는 모습에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수 없게 가까운』의 오스카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9.11 사고로 아빠를 잃은 오스카가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가 그려졌었던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말이다. 오스카를 다독이고 싶었듯 정훈에게도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텐데도 아빠의 흔적을 찾아 헤맸던 오스카처럼 정훈도 죽은줄만 알았던 엄마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사람은 그렇게 무언가에 강하게 집착하면서 자신의 슬픔을 극복하기도 하는것 같다.

 

우리의 밤은 아직 보이지 않는 빛과 멀어지면서 희미해지는 빛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어두운 것입니다. (313페이지 중에서)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14페이지 중에서)

  

아직 자라고 있기 때문에 정훈의 삶이 어찌될 지 모른다.

지금보다 더한 슬픔이 생길수도 있지만 또다른 슬픔에서 정훈은 또 위로를 받을 것이다. 이 우주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듯이 우리도 여전히 숨쉬고 열심히 자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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