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 단편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0. 헨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학교 다닐적에 교과서에 수록 되었던 「마지막 잎새」를 기억한다.

병상에 누워있는 여자 주인공이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나무의 잎새. 떨어지는 잎새를 보며 자신의 목숨도 그렇게 잎새처럼 스러져간다며 애타하는 모습말이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기를, 그래서 여자 주인공의 목숨도 붙어 있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여자 주인공을 바라보는 친구의 마음처럼 그렇게 간절한 염원을 담았던 것 같다. 오 헨리의 작품은 그렇게  간절함을 담아「마지막 잎새」처럼 다가왔었다. 그리고 또 한 작품 「크리스마스 선물」가난한 부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상대방에게 주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샀던 선물. 소용이 없어진 그 선물을 보며 서로를 생각하는 그 다정한 마음과 함께 그냥 미안하다며 선물을 뒤로 미뤄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때문에 그들을 비판하기도 했었다. 그의 이런 작품 들을 몇 년만에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옛 시절을 추억함과 동시에 작고한 작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진다.

 

단편집 들중 「할렘가의 비극」을 보면, 사랑받는게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아래층에 사는 매맞는 여자가 있다. 술을 진탕으로 마신 날에만 때린다는 남편. 때린 다음날, 술이 깬 멀쩡한 상태의 남편은 부인이 보아둔 실크 블라우스를 한아름 사들고 와 사랑한다며 밤탱이가 된 눈에 키스를 날린다. 그것이 부러운 위층의 여자는 자기 남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때리지 않나 싶고, 가만히 앉아 말이 없는 남편을 향해 시비를 건다. 빨래를 하며 자신을 때리게 하려고 갖은 모욕적인 언행을 던지지만, 아내를 때린다는 것을 상상할수도 없는 남편은 아내를 때리기는 커녕 아내 대신 빨래를 하고 말아 아내를 실망시키는 내용이다. 참 아이러니이다. 때리고 나서 선물을 한아름 안겨다 주는 남편보다 말수는 없지만 평범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좋지 않나. 이 부분을 읽고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숨기고 있는 비열함이 초상화에 드러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인간은 미소를 짓거나 얼굴을 찡그려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그림은 그렇게 못 합니다.  (340페이지 「매디슨 광장의 아라비안나이트」중에서)

 

오 헨리에게 단편 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오 헨리가 소설가의 세계로 입문한 게 독특하다. 은행에 근무했던 오 헨리는 공금 행령 혐의로 검거되어 3년여 동안 교도소에서 생활했는데 그곳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한다. 그는 300편 가량의 단편을 썼다. 대중들에게 작품성으로 많이 알려진 30편의 작품을 비채에서 책으로 엮어냈다. 단편들은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짧은 글들이다. 글 속에서 그는 일상들을 보여준다.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는 일상경험을 소재로 해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대부분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자신의 꿈과 욕망을 위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그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해학과 풍자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오 헨리가 살았던 그 시절, 뉴욕의 풍경들이 보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였던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많다. 「마지막 잎새」나 「크리스마스 선물」도 그렇고 여러 작품들 속에서 그의 뉴욕에 대한 애정이 묻어 나왔다. 그가 마흔여덟 살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나면서 친구에게 "뉴욕 시를 바다볼 수 있도록 창문을 커튼을 걷어주게나. 어둠 속에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라고 말했다 한다. 뉴욕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책 말미에 적혀진 30여페이지에 달하는 옮긴이의 작품 해설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오 헨리에 대해, 작품들에 대한 애정을 볼 수있는 글이었다. 오 헨리의 문학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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