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비채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그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이제야 읽었다.

그전엔 한번도 읽어볼 생각을 못해보았는지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작품을 읽고 감명받아 『태엽감는 새』를 썼다 했다. 그만큼 그에게 좋은 작품이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인기있는 작가를 설문조사 했을때 그의 작품이 1,2를 했고, 100위안에 그의 작품은 7개의 작품이나 들어갔다 한다. 그만큼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이자 작품이란 뜻일 것이다.

 

1910년도에 쓰여진 책. 굉장히 오래된 소설이라 여겨지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100년전에 썼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우리를 내면의 침잠으로 이끈다. 

 

소스케에게 '문'은 구원받지 못하는 자기 내면의 '문'을 이야기한다.  

 

도쿄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생활은 궁핍하고, 아내 오요네와 함께 평온한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해 집에와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는 단조로운 삶. 다만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위험스럽고 조마조마한 느낌을 주고 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절벽 아래를 개조한 집. 절벽은 절대 무너질리 없다고 하지만  그 집에 살고 있는 소스케와 오요네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는 왠지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 든다. 절벽아래 위험을 안고 사는 그들의 위태위태한 삶이 슬쩍 보인다.  

 

단조롭고 평온한 삶을 살고 있지만 중반부에서부터 소스케에게도 숨겨진 삶이 있었다는게 드러난다. 대학교를 제대로 끝마치지 못했던 사실,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했던 사실을 속삭이듯이 알려준다. 불안한 마음에 그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종교에 도움을 얻고자 하지만 그는 자신이 열고자 하는 문을 열수가 없다.

 

그는 깨달음이라는 미명에 속아서 평소의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험을 시도해보려고 꾀했던 것이다. 그 모험이 만약 성공한다면, 지금의 불안하고 흔들리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자신을 구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덧없는 희망을 품었던 것이다. (241 페이지 중에서)

 

나는 문을 열어달라고 왔다. 그렇지만 문지기는 문 안쪽에 있어서 아무리 두드려도 끝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단지 "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오너라" 라는 목소리만 들려왔을 뿐이었다. (264 페이지 중에서)

 

문이 열리길, 문을 열어주기를 애타게 기다리지만 돌아오는건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오너라' 라는 메아리뿐.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그 문은 열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뿐이다.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내면의 문을 열어야 열린다는 진리. 잠겨있는 문 앞에 있는 그의 모습에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소스케와 오요네의 소소한 일상들을 담담한 필체로 우리에게 소곤거리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듯이, 나도 내면의 '문'을 두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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