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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로 오세요 ㅣ 문지 푸른 문학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월
평점 :
방주라 하면 성경에 있는 '노아의 방주'가 생각이 난다.
하나님이 홍수로 타락한 인간들을 심판하려할때 미리 알았던 노아가 방주를 만들어 여덟 명의 가족과 한쌍의 여러 동물들을 태워 거대한 홍수의 심판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
이 책에서의 방주도 노아의 방주와 비슷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운석이 떨어진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써진 소설. 운석이 떨어진 곳에 거대한 방주를 마련했다. 모든 것이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통제되는 곳. 지상에 사는 사람들은 방주시의 일원이 되기위해 간절하게 선택받고자 한다. 어렵게 방주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하는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어떠한 일이 생기는지 보여주고 있다. 선택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방주고등학교에 입학한 이들도 마찬가지. 선택받은 사람은 그것을 누리고자 하고,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선택받고자 한다.
어렵게 자랐지만 명석한 두뇌와 온화한 성품을 가진 윤시온.
'지상의 아이들'인 그는 탄탄대로의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만 지상의 아이들은 방주의 진정한 시민이 아니라는 것. 그들의 노예나 그들의 일꾼 이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방주고등학교를 폭파하기로 한다.
그에 맞서는 소년 마노가 있다. 우연히 방주고등학교 학생회장이 시온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프락치가 되라는 말을 듣고 쌍둥이 여동생 루비를 보호하기 위해 시온이 들어있는 그룹 동아리에 가입하며 그가 학교를 폭파하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 누구나 그런 건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당위론을 펼치지만 실제론 단순히 존재하기를 넘어서 견고하기까지 한, 높고 두꺼운 벽에 대하여. (35페이지 중에서)
우리의 먼 미래를 보여주는 판타지 소설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작가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가정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에 지구에 운석이 떨어졌다면? 지상에는 너무도 피폐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면? 이러한 가정하에 방주는 지상 사람들에게 희망이고 먼 피안의 세계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아이들에게 성경을 일독할것을 권하며 성경 구절에 따라 행동하기를 원한다. 아마도 성경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성경 구절이 나오는 것을 봐도 방주는 우리가 사후 오르고 싶은 곳을 닮았다. 우리 미래의 희망.
작가는 이런 것을 청소년들에게, 우리들에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희망을 잃지 말고 살라고.
방주가 우리의 삶을 결정지을수는 없다고.
지금 사는 이곳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