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맨스티
최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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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작가를 만난다는 것.

요즘의 내게 신나는 일이다.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작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그것들이 뿌듯하기도 하다. 작품속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깨닫기도 하는 시간. 그리고 내 마음속에 그 말들이 고스란히 들어오기도 하는 시간. 그 시간들이 즐겁다.

 

동인문학상과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최윤. 치밀하고 정교한 사유와 문체 미학으로 한국문학에 하나의 획을 그은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 최윤. 작가의 작품을 읽는 다는 것에 두근거리는 설렘이 일었다. 작가가 8년 만에 신작을 냈다. 제목의 뜻을 제대로 알수 없는 『오릭맨스티』라는 책을. 

 

책에서는 이름이 없는 인물들이 나온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어떤 것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을때 그 것은 우리 마음속으로 깊게 들어오게 된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았나. '그가 내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 그 시처럼 우리는 이름을 붙여 주기를 좋아한다. 내 것에 속하길 원하고,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그런데 작가는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게 이름을 주지 않았다. 그냥 '남자'와 '여자'가 나올 뿐이다. 가진것도 별로 없고  특별히 학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저그런 직장에 다니는 적당히 속물적인 인물들이다.

 

'남자'는 중견기업의 영업직사원으로 자신이 좇는 쾌락을 숨길줄도 아는 남자로 키가 크고 옷 잘 입는다. 여자가 특별하게 마음에 든건 아니지만 사회적인 것과 50대 후반의 젊은 홀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결혼을 하게된다. '여자' 또한 특별히 예쁘지도 않고 내세울만한 직장이 아닌 평범한 경리직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여자다. 아빠와 엄마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망치다시피해서 결혼을 한 전력을 알고 있어서일까. '여자'는 부모 몰래 결혼을 진행시키고 돌이킬수 없는 상태에서야 부모에게 말한다. '남자'와 '여자'는 결혼을 하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미래를 꿈꾼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먹구름. 아슬아슬한 절벽에서의 여름 휴가.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인 책을 읽어갈수록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줄을 타는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함과 조마조마함. 이름도 알려주지 않는 그들을 보며 불안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런 우리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나 보다.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말해주던 작가는 이제 1인칭 시점으로 '나' 박유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말해주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북받쳐 올랐다. 그래, 이들에게도 이름이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랄까.

 

나, 박유진. 혹은 외젠 뒤발.

그 옛날의 충격때문일까.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뾰족한 것이 심장을 찌르고 누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기이한 수면상태에 빠지는 증상을 겪는 유진. 자신이 속했고, 왜 그럴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알고싶어하는 유진이 정신이 돌아올 때쯤 내뱉는 말 '오릭맨스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유진도 엄마도 알 수 없지만 그 말은 간절한 염원을 담은 말이다. 오릭맨스티, 오릭맨스티, 오릭맨스티.

나도 한 번 되뇌어 본다. 무언가의 간절함을 담아.

 

작가 최윤의 글은 무언가 심상하면서도 마음의 울림을 주는 글들이다.

짧은 내용을 담았지만 그 여백만큼이나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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