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 박웅현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책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에 관한 내용을 다룬 책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

예전에 박주영 작가의 『백수생활백서』도 그렇고 다이안 세터필드의 『열세 번째 이야기』도 그렇다. 이 작품들이 소설이란 것 빼고는 책을 말하는 이야기라 너무도 읽고 싶었다. 책속에서 말하는 책을 열심히 적고 또 그 작품을 읽고 싶어하는 것.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러하지 않을까. 나 또한 『책은 도끼다』를 읽고 읽고 싶은 책을 적고, 책 속의 마음에 든 부분,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포스트 잇을 붙여가며 읽고 있었다. 내가 읽은 느낌과 다른 이가 읽는 느낌은 이렇게도 다르고 또 같은지 모르겠다.

이 책은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라는 아주 유명한 카피를 쓴 광고인 박웅현이 약 6개월가량 학생들과 강독회를 가졌던 것을 책으로 엮어냈다. 그가 소개하는 책은 내가 읽은 것도 있고 읽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정작 그가 하는 말은 다독이 중요한 게 아닌 책을 깊이있게 읽음을 강조한다. 책을 읽고 자신이 느꼈던 울림을 공유하고 싶어 이 책을 펴냈다고도 말한다.  읽은 책을 또 읽다보면 우리가 놓쳤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다시 보거나 읽을때, 한 번 보았을때 놓쳤던 장면들을 새로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책 읽기의 습관을 다시 반성해보게 되었다. 내게 책이 얼마없던 시절엔 읽은 책을 또 읽고 다른 감명을 받고는 했었는데 요즘은 넘쳐나는 책과 또 읽고 싶은 책이 자꾸 생겨 두세 번 보는 책이 몇 권 되지 않을 정도로 다독하고 있다. 나는 여태 스토리 중심의 책 읽기를 하고 있었다. 단어 선택의 절묘함과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전에 스토리를 읽느라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단어 하나의 의미, 그 깊은 울림을 알려하지 않고 여러 권을 읽는 다는 것에 목메고 있었다는 것. 저자는 다독 컴플렉스에 빠진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얼마전에 읽었던 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을 읽을 때, 몇 번을 읽고 또 읽어서 그 작품이 정말 좋았나보다 하고 나는 무릎을 치고 있다. 천천히 읽는 다는 것. 좋은 작품을 몇 번이고 읽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깨닫고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책읽기라 생각된다. 책을 읽고 깊은 울림을 받는 것 또한 작가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저자가 몇 번이고 읽어 감동받고 깊은 울림을 받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관찰한 바를 인문학적으로 연결해 글을 쓰는 김훈 작가를 비롯해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말하는 알랭 드 보통, 고은 시의 아름다움, 지중해의 풍경을 말해주는 김화영, 니코스 카잔자키스, 밀란 쿤데라의 사랑이야기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생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이 읽으면 특히 좋은 책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등 주옥같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읽었더라도 다시 한번 더 읽고 놓쳤던 부분을 새롭게 발견해 보라고 권한다. 그래서 그가 소개하는 책들 중 예전에 읽었지만 다시 한번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메모했다. 그리고 읽지 않은 책들도 메모했고. 책을 구입하려고 검색을 해보니 절판된 책도 몇 권 보여 아마도 중고서점을 기웃거려보아야겠다.

책이 좋다.

책 읽는 시간을 사랑한다.

나에게 책이 없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책은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벗이요, 나의 머물러 있는 마음들을 더 끌어주고 다독여주기도 한다. 나의 책 읽는 습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독서를 하는 게 아닌 진정 내가 즐거운 마음을 갖고 깊은 울림을 갖도록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진정 행복함을 느끼고 내 자신의 감성을 깨우는 일, 그러면 좋지 아니한가.

이 책을 알게 되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