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동안
윤성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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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작가를 처음 접한게 『소설가로 산다는 것』이다. 그 책을 읽고 작가의 글쓰는 방법 또는 생각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책을 읽어보자고 생각하던 차에 새로운 소설집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의 이름을 맨 먼저 안 것은 역시나  장편소설 『구경꾼들』이었었다.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 그래서 작가의 고유한 느낌을 파악하는데 조금쯤은 시간이 걸렸다. 작가의 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의 느낌을 좇아가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던터다. 사람을 사귀는 데 시간이 필요하듯 작가의 책을 읽는 것에도 어느 정도 적응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작가의 소설집을 읽고 작가가 더 궁금해 『소설가로 산다는 것』의 윤성희 편을 다시 읽었다. 작가는 『소설가로 산다는 것』에서 "잊지 말자, 한 번에 한 단어씩!" 이라는 주문속에서 글을 만든다며 소설을 쓸때 자주 던지는 질문이 필요하다 라며 글쓰기에서 말하고 있었다. 자꾸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글은 평상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한 것을 내뿜고 있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말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이들이 죽어 귀신이 된 이들이 그때의 그 사건을 들여다보며 '우리들이 마지막으로 먹은 것은 죠스바 였어.'라고 시작하는 「어쩌면」처럼. 작가는 죠스바를 먹다가 이런 단편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나. 많은 단편들이 다 아주 사소한 이야기로 시작했다고 한다.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라 처음엔 좀 뜨악했었다. 죽은 사람들이 이렇게도 대화할 수 있겠구나. 사고가 난 현장에서 서로 말을 하는 이들이 자신들이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보았다. 죽은 귀신들은 슬퍼하거나 누구를 원망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불편하고 안타깝고 왠지 거북함을 느낄줄 알았는데 귀신들은 상당히 유쾌하기까지 하다. 죽음을 말하면서도 많이 슬프지 않다. 작가가 말하는 귀신들의 주절거림들에 왠지 맞장구를 쳐 주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총 10편의 단편 중 제목이기도 한 「웃는 동안」은 어깨의 힘을 빼기 위해 글을 썼다던가.

휴대폰 이름에 고작 34명이 입력되어있을뿐인 나. 6개월을 산다고 했는데 그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죽은 그에게 친구들은 예전에 약속을 했었다. 6개월을 넘기면 한 사람당 백 만원씩 주는 것, 그 안에 죽으면 멋진 양복을 입고 선그라스를 끼고 자신을 찾아와 줄 것. 친구들 셋을 내려다보며 자신들이 소파를 훔치던 옛날 일을 추억하는 역시 귀신 이야기.

 

금고 판매를 했던 과거의 금고털이범, 자신이 죽었어도 시체를 지하에 그대로 방치하며 자신의 연금을 타먹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를 바라보는 이야기「눈사람」. 역시 여기에서도 귀신이 나온다. 죽은 사람을 죽었다고 신고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아들이나,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죽은 아버지. 주위의 모든 소음을 듣고 아들의 꿈속에 나타나 자신이 숨겨놓은 보물들을 알려줄지 말지 고민하는 귀신의 모습을 담았다. 작가는 일본의 최고령자가 실제는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이런 글을 썼다고 했다. 가능할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기사 하나를 보고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그것을 글로 옮기고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쏟아낸 글은 우리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느린 공, 더 느린 공, 아주 느린 공」은 쓸쓸함과 아련함을 내품는 글이다.

명예퇴직을 한후 하루하루가 심심한 남자. 하루에 샤워를 다섯 번 이상 하고, 택배가 온 날 소주 한 병을 들고 찾아오는 사위와 술 한 병을 나눠 마시는 그에게 어느 날 형으로 부터  '피리'가 배달된다. 몇 년 만에 투수였던 형에게 전화를 하며 어렸을때 생일선물로 동물원에 갔던 일을 떠올린다.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 형과 자신에게 늘 무거운 짐이었던 어느 사건을 떠올리는 모습들은 그들이 낮술을 마시는 모습처럼 왠지 스산하고 쓸쓸하다.

 

10편의 단편집들중 죽어서 귀신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 작가가 약간 고차원적인 인물이 아닐까도 싶었다. 역시 작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게 생각하고 기발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끝없이 질문하고 포스트 잇에 느낌표와 물음표를 써놓은 글을 여기저기에 붙인다던 작가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즐거움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글이 나오게 되고, 그 글들은 우리를 생소하게 만들기도 하고 작가의 생각을 엿볼수 있게도 한다.  

 

단편보다는 장편을 더 선호하는 나에게, 단편으로 처음 만나는 윤성희 작가의 이 책은 내게 손내밈과 같다. 약간 생소하기도 해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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