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숫자 퀴즈를 재미삼아 한 적이 있었다. 마음속에 숫자 하나를 생각해 봐. 그리고 그 숫자에다 몇을 더해. 그리고 또 숫자 몇을 더해. 그 수를 다 합하면 '몇'이 될거야. 우연찮게도 그 숫자가 맞아 떨어져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느냐며 놀라워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자세한 숫자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이 책은 숫자 게임을 말하는 책이다. 운명을 믿느냐며, 1부터 1000까지의 숫자 중에서 하나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맨 먼저 떠오르는 숫자를 머릿속에 그려봐'. 그리고 속지에 끼어져 있는 편지를 꺼내 읽어보라며 편지를 보낸 사람은 머릿속에 생각했던 숫자가 658이 아니냐며, 커다란 비밀을 알고 있다는 협박 편지를 보냈다. 당신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으면 사서함 주소로 289.87달러를 입금하라는 편지를 받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던 숫자를 맞추었다면 도대체 나를 어떻게 아는 사람인지 나에 대해 너무도 자세히 알고 있는 듯한 편지를 받았다면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가족, 혹은 주변 사람에게 비밀로 하고 보내라고 하는 그 금액을 보낼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음속에 갖고 있던 비밀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너무도 불안해서 보내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그 첫 편지를 받았던 멜러리처럼 말이다. 대학때 친구였지만 25년동안이나 연락을 하지 않았던 멜러리로부터 긴급하게 조언 받을 일이 있다는 메일을 받은후 찾아와 이 말을 했을 때 한때 잘나가는 강력계 형사였던 데이브 거니는 경찰의 도움을 받으라며 조언해주지만 경찰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도리어 혼란만 가중시킬거라는 우려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지만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 수련원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시체 주위는 그림속의 빨간 장미처럼 온통 빨간 피로 물들어있다. 멜러리의 죽음에 괴로워하는 데이브 거니는 계속 이어지는 연쇄살인에 숫자 게임의 연결고리를 생각하고 살인범을 추적하고자 하지만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 살인범과 경찰을 우롱하는 그가 전하는 메시지. 숫자 게임에 점차 빠져드는 우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벌이는 두뇌게임, 그리고 경찰들의 경험과 사건을 해결하는 뛰어난 두뇌로 점점 사건속으로 빠져든다. 강력계 형사를 그만 둔 데이브 거니는 자신에 대해, 가족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가족에게 일어났던 사고 때문에 자신을 가만두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삶을 살인범을 찾는 일에 몰두하고 살인범의 심리를 명료하게 파악하려는 그의 수사 방법에 정신없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밝혀지는 숫자의 조합, 그 놀라움에도. 존 버든 신드롬을 일으켰던 뉴욕 최고의 형사 데이브 거니 시리즈의 첫편을 시작으로 그의 다른 작품이 곧 출간된다니 다시금 데이브 거니의 매력속으로 빠져들것 같다. 이제부터 편지가 올때 아주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게 되지 않을까. 그 속에 숫자라도 있으면 더 놀래서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을까. 아주 새롭고 독특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