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평화롭겠지
헤르브란트 바커르 지음, 신석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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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혼자다.
하지만 더불어 살아가게 된다.
가족이 있던 가 친구가 있던 가 누군가와는 그렇게 살아간다. 
뱃속에서부터 쌍둥이로 있다가 이 세상으로 나와서도 마치 한 몸처럼 마음이 통하는 쌍둥이로 태어났다면  그들은 아마도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일 것이다. 그런 쌍둥이 중에 한 명이 죽었다면 마치 자신의 몸의 한 쪽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플 것이다. 마치 반쪽으로 갈라진 느낌일 것이다. 
나는 쌍둥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 고유한 느낌을 자세히는 알지 못하겠다.
그저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것과 책에서 내보였던 그런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만 할 뿐. 

어느 날 아비를 위로 치운 남자, 헬머.
그는 쌍둥이었다. 자신과 한 몸인 헹크를 사고로 잃어버리고 아비의 집 농장에서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던 농부의 삶을 살게 된다. 바로 자신의 동생인 헹크의 자리다. 헹크의 자리에서 헹크의 삶을 사는 남자 헬머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아비를 위층으로 치우고 만다. 나이가 여든이 넘은 아비는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신세다. 그렇게 농부의 삶을 사는 헬머는 헹크가 아니었으면, 아비가 아니었으면 자신의 삶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과거의 헹크의 모습을 그리워 한다. 아비를 위층으로 보내고 아비가 머물렀던 방을 그는 새롭게 개조한다. 가구를 옮기고 카페트를 버리고 벽에 붙어있던 그림은 아비 방으로 옮겨준다. 그는 그 새로운 방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었다. 아마도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었으리라.

날마다 세어보는 양의 숫자 스물셋이 마음에 들지 않아 헬머는 양 세 마리를 비싼 값에 팔아 그는 덴마크 지도를 사서 침대옆에 두고 하루에 다섯 도시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본다.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덴마크를 꿈꾸는 것이다. 바다나 호수를 메워 새로 만든 땅이 아닌 오래전부터 땅이었던  '오랜 땅, 덴마크' .

이웃집의 젊은 아낙네 아다와 그녀의 아들들인 튠과 로날드외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드물었던 그에게 헹크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리트가 편지를 보내온다. 헹크를 잊지 못해 아들 이름을 헹크라고 지었던 리트는 헬머의 농장에서 헹크를 일손으로 써 달라고 한다. 그녀의 말을 거절하지 못했던 헬머는 리트의 아들인 헹크를 받아 들인다. 헹크가 그의 집으로 들어오고나서 헬머와 그의 아비 또는 헹크의 사이는 조금씩 조금씩 변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헬머가 머물고 있는 농가의 풍경들이 이미지로 떠올랐다.
스무 마리의 양들이 띄어노는 목가적인 농가의 풍경. 이름을 알 수 없는 당나귀 두마리. 물푸레나무 가지위에서 고고하게 앉아 헬머와 아비를 노려 보았던 뿔까마귀등. 그 농가에서 담벼락에 기대어 길모퉁이를 바라보았던 헬머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얍과 덴마크를 여행중이던 헬머가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소설의 마지막에서 내뱉은 ' 난 혼자다'라는 말. 그는 그 여행지에서 또 어디로 갈 것인지 많은 궁금증이 일게 했다. 열린 결말은 이렇게 긴 여운을 남긴다.

북유럽소설이 마음에 드는 점은 모든 걸 내보이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많은 걸 느끼게 해 주는 그런 맛이 있다. 아주 별일 아닌 이야기도 섬세하게 또는 차갑고 잔잔하게 우리에게 자신들을 내보이고 우리는 마치 그 들이 손짓이라도 한 것처럼 그 작품속으로 강하게 이입되는 것 같다. 주인공들과 마치 한 사람이 되어 그 들의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북유럽 소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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