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완전한 믿음을 나누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 마음 깊은 곳에서 다른 마음을 숨기고 어떤 것을 억누르며 보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누군가를 사랑했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글쎄,,,, 사랑하면서 그들에게 100% 내 마음을 보여주지는 못한것 같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걷어내 버리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을 사귀지는 않지만 나는 그렇게 좋아하고 모든 것을 다 줄 친구를 사귀어도 어느 정도는 내 자신을 숨겨왔다. 아마도 나처럼 그런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불같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 살고 있지만 그 사람을 모른다고 느낄때 우리는 먼저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알고 싶은 사실이 있을 때도 속시원하게 말하지 않고 무언가 숨긴다고 느낄때 말이다.

내가 만약 샐리라면 어땠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와 친구 하나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데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아마 미쳐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믿었던 남편한테서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걸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리 없다고 되뇌이다가 나도 샐리처럼 무언가 시작했을까. 막막하지만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기에.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아이 둘을 낳았지만 산후우울증을 앓지는 않았다.
많은 산모들이 산후우울증을 앓는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내가 실제로 겪어보지 않았기에 이렇게 심각한 병 일수도 있다는 걸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힘든 난산으로 인해 아들의 뇌가 자신
때문에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심한 자기 학대를 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랬다. 그럴때 곁에 언니라도 아니면 친한 친구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미국에서 건너간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샐리에게는 그럴 사람이 없었다. 아이를 낳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이가 막 태어났을때는 밤낮 구분이 없어 세 시간마다 한번씩 우유 먹는 건 기본이고 아예 밤과 낮이 바뀌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큰아이를 낳고 한 달 반을 쉬고 출근했는데 밤낮이 바뀐 아이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자니 정말 힘들었다. 아이는 밤새내내 우는데 도와줄 신랑은 섬으로 발령이 나 전근 가 있는 상태에서 나 혼자서 그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도 힘들어 울면서 키운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샐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남자들 대부분이 그렇기도 하겠지만 도와줄 사람 하나, 마음 터놓을 사람 하나 없는 상태에서 토니는 글을 쓴다는 핑계로 다락방 서재로 피해 버리는 모습을 보며 샐리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었다.   

토니가 소설을 쓴다는 핑계로 그렇게 서재로 피해버릴때도 샐리가 그렇게 보았듯 남자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사랑해 마지않던 토니가 그런 계략을 꾸미다니,,,,, 얼마든지 이런 사람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도 너무 어이가 없었다.

처음 작가의 「빅 픽처」를 단숨에 읽고 이 책 또한 그럴거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나를 또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할거라는 강한 기대감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책의 중간부분까지는, 샐리가 토니를 만나 함께 보내게 되어 임신을 하게 되고 때맞춰 런던지국으로 발령이 나자 둘은 결혼을 하고 카이로에서 런던으로 오게 된다. 힘든 임신과 육아를 하며 산후우울증 때문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 샐리와 토니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들 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분량을 차지해 책장이 더디게 넘어 갔다. 샐리에 대한 기분을 공감하면서도 작가가 이렇게 더디게 전개할 사람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토니의 계략이 밝혀지고 토니에 대한 샐리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나오는 장면에서부터는 나는 소위 말하는 책을 읽으며 숨을 쉬기 힘들었다.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였다.

같은 영어권이지만 미국과 많은 문화적 차이가 있는 영국.
그곳에서 샐리는 힘들에 적응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지만 그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때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 사람은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인지 그녀의 곁에서 조언해 주는 줄리아와 어눌하지만 샐리를 위해 모든 능력을 발휘하는 변호사들까지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녀를 위해 믿음을 주는 사람들이다.  이 시련으로 인해 샐리는 미국인으로서 영국에서 뿌리내리며 살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 열기 힘들었고 영국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을 있게 한 사람들이 있는 영국 사람들이기에.  잭을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을 산책하는 샐리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얼굴엔 잭을 향한 미소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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