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고 1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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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내가 어리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청소년 문학을 좋아한다. 오죽하면 아이들이 어렸을때 동화책을 전집으로 사주고 내가 먼저 그림을 보고 읽고 나서 아이들에게 읽어 줄 정도였다. 같은 작품을 하루에 스무 번쯤 읽어 보셨는지. 내용은 아예 다 외우고 강약을 조절해서 말하느라 입안이 마르고 아이를 앞에 앉혀 읽느라 내 몸까지도 뻐근해질 정도로 한 자리에서 오래 앉아 책 읽어주기가 지겨운 적도 있었다. 그때는 아이들이 빨리빨리 커서 스스로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다 커버려 진작에 아이들 책 읽어주기는 졸업을 했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힐까 그런 생각 뿐이다. 내 욕심처럼 잘 되지는 않지만 내가 골라 준 많은 책들을 아이들은 지금에도 열 번 정도 읽기도 한다. 그럴때는 내 마음까지 흐뭇하다.

창비에서 나온 설흔 작가의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라는 작품으로 조선 후기의 문장가인 이옥과 김려의 이야기이다. 한낱 성균관 유생에게 소설류의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까다롭게 물고 늘어지는 정조 때문에 벼슬에도 나갈수 없었던 이옥은 끝내 자신의 문체를 버리지 않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세태를 풍자했던 유려한 문장가였다. 그런 그와 우정을 나누었던 김려 역시 그의 글들을 묶어 문집을 엮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그 시대에서는 그랬을 것이다.
임금이 문인들이 썼던 문체까지 다 간섭하고 고치라고 요구하고 그를 유배 보낼수도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소설류의 문체를 썼다는 이유로 이옥이 잡혀 들어가고 이옥과 함께 뜻을 같이하고 글을 나눈 지기였던 김려 역시 아주 먼 곳으로 유배를 떠나면서도 글쓰기를 쉬지 않고 유배지 부령에서도, 진해에서도 글쓰기를 쉬지 않았던 김려는 양반체의 글을 쓰지만 이옥의 아들 우태를 만나고 우태의 곁에 서 있는 이옥의 그림자를 보며 아주 예전의 김려체의 글로 돌아온다. 자신이 얼마나 글을 좋아했던지 이옥의 글이 얼마나 주옥같은지 알게 된다. 힘든 시절에도 시름을 달래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또 그 글이 여러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일들에서 가슴 뿌듯함을 느끼는 것 말이다.
 
글쓰기를 통해 우정을 논하고, 우정을 통해 글쓰기를 말하고자 한 것이 본래 이 글을 쓰게 된 취지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런 청소년문학을 상당히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또 좋은 작품을 만났다. 나도 즐겁게 읽고 아이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는 책 말이다. 역사의 인물에 대해 알게 해주고 또 그 시대상을 알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부담이 없으면 좋겠고 또 짧은 글을 남기면서 즐거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많은 양의 글을 쓰지 않아도 매일매일 마치 흔적처럼 글을 남기는 것이 글을 좀더 잘 쓰는 방법이 아닐련지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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