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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기행 - 어느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올레, 돌챙이, 바람의 풍경들
주강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혼여행을 갔던 곳 제주.
두번째 방문이었지만 이상하게 제주는 늘 가슴에 남는 곳이다.
아이들도 캠프로 몇번 다녀왔고 가족과 함께 다같이 가보고자 올 여름 휴가 여행지로 제주를 택했었다. 예정은 7월 27일부터 30일까지로 친구네 가족과 함께 가기로 하고 배표까지 예약을 다 해놓았었다. 그리고 그날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었다. 그러나 제주여행은 우리 마음처럼 되지 않는지 내 사무실에서는 상사가 갑자기 사표를 써버리고 신랑 역시 장에게 업무보고를 서포트 해줘야 하는데 도저히 휴가를 그 시기에 못낼것 같다고 해 발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엔 우리 가족은 제주행을 포기하고 말았다.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자리잡고 있던 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제주 여행은 포기했어도 책으로라도 위안을 삼자 하고 생각했다.
제주의 곳곳들을 책으로 여행하고자 생각을 했던 터였다.
여행지를 사진으로 보며 그 여행지에 대한 안내를 기대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이 작품은 제주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우리가 흔히 제주 하면 생각나는게 올레길과 한라산, 감귤, 그리고 해녀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내용들을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왜 해녀가 나올수 밖에 없었는지 역사적인 의미를 말해준다. 물속에 물질을 하러 들어가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는지를 알려주었다. 귤 또한 마찬가지. 황금의 열매였던 귤을 왕에게 진상을 하기 위해 그들의 노동력의 착취와 제주도민의 눈물이 담겨있는 귤이었다는 것을. 언젠가 TV 드라마에서 보니 왕이 성균관 유생들에게 구경하기 힘든 귤을 내려주는 장면들을 보았는데 그 귤을 보내기까지 제주 사람들의 눈물이 배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왠지 씁쓸해지기까지 하다.
섬의 특성상 굿이나 신령목, 뱀이 재복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 때문에 뱀신을 모시는등 미신이 많았다는 걸 알수 있었다. 섬에는 출륙 금지령이 내려지고 갇혀있는 섬에서 그들이 의지하는 것은 미신일수 밖에 없었으리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제주에서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출륙 금지령이 있었다고 한다. 출륙 금지령이 있었음에도 먹고 살기 위하여 일본으로 중국으로 도망쳐 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그 노역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찬물에 뛰어들어 숨비소리를 내는 해녀가 생긴 유래와 제주의 아픈 역사를 알수 있었다. 그리고 제주는 '탐라'라는 별개의 자치제였다는 것.
몽골의 칸이 탐냈던 곳 제주.
늘 바람이 많이 부는 곳 제주.
그래서 하루에도 여러번 날씨가 변한다는 제주.
사진들 속에 스며든 제주의 곳곳의 숨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이처럼 가고 싶고 늘 아름다운 제주의 슬프고도 깊은 역사를 알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는 제주 여행을 가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난 후에 제주를 방문한다면 나는 내가 걷고 있는 그곳의 모습들을 보며 제주의 다른 모습들을 생각할 것 같다. 겨울철에 빠지지 않는 과일 귤도 그들의 아픔과 눈물이 배어 있었다는 걸 느껴 버리지 않고 더 맛나게 먹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즐기는 것만의 여행이 아닌 제주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