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고솜이 지음 / 돌풍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세찬 비바람이 분다.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어느 해변은 해일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무섭게 비바람이 치고 있고 아파트 안에 있는 나는 마치 한겨울 살갗을 에일듯한 그런 바람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들칠까봐 샷시문을 닫고 바람소리를 들으며 역시 비가 내릴때 제일 생각나는 커피 한 잔을 끓여 마신다. 커피의 그 구수한 향기를 음미할수 있는 비오는 날에 마시는 커피는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다. 한동안은 원두커피를 내려 마셨지만 귀차니즘에 그냥 인스턴트 커피를 마셔도 즐겁기만 하다. 커피는 마산에 있는 친구가 커피를 조제해서 보내 준 정성이 들어간 커피이다. 이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 커피 향기가 나는 듯한 이 책의 제목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왠지 수요일엔 커피를 꼭 마셔주어야 할것 같은 『수요일의 커피하우스』라는 제목이 참 좋았다.
주인공이 다니는 대학교 주변의 원룸 골목에 '수요일의 커피하우스'라는 가게가 문을 연다. 어렸을 적에 엄마와의 커피에 관한 추억이 있던 주인공에게 그 이름은 왠지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커피 하우스가 될지 지날때마다 관심있게 보다가 어느날 커피 하우스의 주인 여자가 벽에 페이인트 칠을 하는 모습을 만나게 되며 꼭 한번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그려보라던 주인 여자의 말에 주인공 '나'는 벽에 그림을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주인 여자의 갓구운 빵과 갓내린 커피로 오늘의 아침식사 메뉴와 오늘의 커피를 갈색 칠판에 붙여놓고 주인 여자는 만들고 싶은 메뉴와 구입해 온 재료의 양 만큼만 팔려고 한다.
갓 구운 빵의 냄새와 커피냄새가 가득한 커피 하우스에는 밝은 모습만 있는게 아니다.
주인공 '나'는 그림에 대한 특별한 재주와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남은 아버지는 위독하고 학교는 휴학계를 내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주인 여자가 만들어준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커피를 같이 마시며 많은 위안을 받게 된다. 주인 여자는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음식을 해내고 그녀의 따뜻함에 '나'는 많은 위안을 받게 된다.
사람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속에 있는 말을 한답시고 여러 말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생각에 맞추게 되고, 관계 자체가 하나의 족쇄가 된다. 주인은 그 오묘한 거리를 기막힐 정도로 잘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124 페이지 중에서)
나 역시 네가 겪는 경험의 일부야. 어쩌면 지금이 네게 모르던 세계를 알려주는 중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지. 하지만 아무 의미도 없을지 몰라. 모든 건 너한테 달려있는거야. (199페이지 중에서)
'얼굴 이쁜 여자는 소박 맞아도 요리 잘하는 여자는 소박 맞지 않는다' 옛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은 온갖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게 된다. 그러한 정성이 담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어떻게 그 여자 얼굴이 밉상이라고 쫓아낼수 있을까. 아마 그런 연유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이렇게 책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나오는 책을 보면 모두들 음식을 만드는 그 정성에 감동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해 받는 것 같다. 커피하우스의 주인 여자처럼.
이러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책 이야기들이 많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전에도 감동이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나 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같은 책을 보면 정말이지 가슴에 무언가 차오르는게 있다. 음식 속에 담겨진 그 정성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만들고 싶은 빵을 굽고 음식을 남겨놓고 그 다음날 파는,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을 가진 주인 여자의 말 한마디 들이 주인공 '나'의 힘든 오늘을 어루만져 준다.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날 '수요일의 커피하우스'에 가면 나는 주인 여자의 오늘의 메뉴 중에서(어쩌면 아르바이트 하는 '나'가 만들지도 모르는) '브리오슈'나 '잉글리시 머핀', 호두를 넣은 커피케이크, 도피네'중에 한가지가 있었으면 좋겠고 평소에 단 커피를 싫어하지만 커피하우스의 오늘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 물론 창가에 앉아서 음악을 드르며 커피 냄새를 음미하며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