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전 10권을 옆에 쌓아놓고 읽었던 적이 벌써 이십 년전쯤인가.
전 권을 다 쌓아놓고 읽어야 하는 내 습관으로 작가의 책도 몇날 몇일동안 푹 빠져서 읽었었다. 조정래 작가하면 '태백산맥'일 정도로 그렇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두번째 이다. 이 책을 읽는데 역시 연륜이 있는 작가의 노련미가 느껴졌다.

신문이나 TV의 뉴스에서 곧잘 나오곤 하던 어느 기업의 비자금 관련등 사건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소설로써 나온 걸 보며 뉴스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글에 통쾌함마저 느끼기도 했다. 작가는 아주 저돌적이며 야만적인 주인공들을 내세워 그려냈다. 솔직히 나는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에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의 사장이나 회장의 그런 행태는 잘 모르겠다. 돈을 추구하는게 사업가라고 했듯 오로지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혹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그 어떤 행동도 불사하는 기업의 오너 들을 잘 모르겠다. 돈을 많이 번 만큼 사회에 환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고생고생해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라니, 그런 말이 제일 싫다고 했던 남회장의 속내를 이해못할것도 없었다.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1조원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정치, 경제, 검찰, 국세청등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더이상 거절 못할 확실한 물건들과 돈으로 로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요즘처럼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혹할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확실하게 로비를 할때 거절할 사람은 많지 않을것 같다. 기업들과 결탁한 검사들의 비리와 기업들과 얽힐수 밖에 없는 언론계의 행태에 대해서도. 우리는 언론인들이 기사를 쓰면 그 글을 보고 기정사실처럼 받아 들이는데 반해 기업들과 결탁에 의해 그렇게 기업인의 미화된 기사를 쓴다는 것에도 씁쓸할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회장의 심사가 뒤틀리지 않게 굽신거리며 아부의 말을 하고 또 오너에게 짤리지 않기 위해 회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왕에 비유하며 설명하는 대목에는 정말 맞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얼마전 어느 재벌가의 재산권 불법 상속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었다. 시민단체들도 난리고 검찰에서도 수사한다고 시끄러웠는데 어느 순간 조용해지더라. 그리고 장학 재단을 설립하고 어디에 30억을 내놨다느니 그랬었는데 그 재벌가도 일광그룹처럼 했으리라. 기사 나오는 걸 차단하게 하고 각 신문사에 전면 컬러로 이미지 광고를 했을것이다. 비자금 1조원 중에서 3천억을 로비 자금으로 써도 생각보다 적게 들어간거라니 30억 정도야 그들에게 껌값일수도 있으리라. 일광그룹의 남회장의 최측근인 '문화개척센터'의 윤성훈과 태광그룹에서 스카웃 되어온 박재우, 박재우의 후배이면서 같은 경제학 박사인 강기준이 고생했다며 받은 스톡옵션 50억, 40억, 30억은 우리에게 너무도 먼 숫자인데 반해 그들 골든 패밀리에게 껌값과 다름없다는 사실에 우리같은 하류계급은 너무도 괴리감이 느껴진다.

너무도 오랜만에 읽은 작가의 책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야를 다룬 책인데도 술술 금방 넘어갔다. 작가의 솔직하고도 신랄한 고발에 난 웃음을 터트리며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뜨끔한 사람도 많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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