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의 열쇠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기억할지어다. 절대 잊지 말지어다.

독일군이 프랑스 북부를 모두 점령하고 남쪽의 스페인 국경을 향해 진격하자 결국 6월 22일에 프랑스 총리 페탱이 히틀러와 정전에 합의했다. 그런 상황에서 프랑스는 무장을 해제하고 국토는 양분되었다. 북부 지역과 북부, 서부해안은 독일의 직접 통치를 받았지만, 남부지역은 나치에 협력한 페탱이 프랑스의 온천도시인 비시에 수립한 정부가 담당했다.(『20세기 전쟁사』111페이지, '제2차 세계대전'편 중에서)

벨로드롬 디베르 일제 검거. 줄여서 벨디브.
1942년 7월 16일 비시정부는 암호명 '봄바람 작전'으로 게슈타포에서 수를 정해 놓고 16세부터 50세 사이 유대인들을 그만큼 넘겨달라고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자 프랑스 경찰은 확대 적용을 해 프랑스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의 두살 정도된 아이들까지 다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고 팔만 명의 유대인 중 살아나온 사람은 몇 되지 않았던 사건이다.

1942년 7월 16일.
현관과 가까운 방에 있던 사라는 새벽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프랑스 경찰이 들이닥쳐 명부를 확인하고 사라의 가족들을 연행해 간다. 이삼일 입을 옷가지들을 챙기라고 하자 사라는 자신의 방 비밀 벽장에 네 살된 동생 미셸을 몰래 숨기고 열쇠로 잠근다. 금방 돌아와서 구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떠났지만, 금방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사라. 엄마와 아빠는 죽음의 열차를 타고 사라는 비밀 벽장에 갇힌 동생 미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다가 드디어 탈출을 하게 된다. 이제 파리의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 미셸을 구해야 한다.

2002년 5월.
파리에서 미국인들을 위한 잡지사 기자인 줄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에 있었던 벨디브 일제 검거의  '벨디브 60주년 기념식'을 맞이하여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한 벨디브 사건의 취재를 맡는다. 그녀는 아주 잘생긴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고 10살짜리 딸 조에와 함께 살고 있다. 남편 베르트랑의 할머니가 살았던 아파트를 개조하여 살기로 하던 중에 벨디브 사건의 취재를 맡으며 자신의 집과 연결되어 있던 감추어진 비밀을 알게 된다. 줄리아는 자신의 딸과 같은 나이의 사라와 사라의 가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도 궁금해 자꾸 그 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사라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마치 사라와 운명처럼 엮인 것 같은 사라를, 그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1942년의 사라와 2002년의 줄리아의 교차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라의 시점에서는 수용소에 있으면서도 오로지 동생을 구하려는 절박한 사라의 마음을, 줄리아의 시점에서는 줄리아가 처한 상황과 줄리아가 느끼는 미국인으로서 프랑스인인 시댁 식구들의 이해할 수 없는 점과 사라에 대한 감정들을 그대로 내 마음속에 이입하여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설움에 북받친 듯 그렇게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전쟁은 늘 아픔과 고통을 동반한다. 아마 나는 그런 아픔들을 마주하기가 싫어서 전쟁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전쟁영화도 좋아하지 않는 내게 이 작품은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유대인들을 상대로 자행되었던 나치들의 만행과 내 일이 아니면 된다는 그들의 무관심. 그들의 무관심 속에 지금(2002년)의 프랑스인들은 벨디브 사건도 나치의 만행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세계는 지금도 전쟁이 계속 되고 있다. '인종이나 종교나 정치 이념이 과연 인간의 목숨보다 더 귀할 수 있을까. 이유가 뭐가 됐건 우리 인간에게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을까.'(옮긴이의 말 중에서)이렇게 말한 옮긴이의 말에도 나는 숙연해진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해야 할 사람의 목숨, 그리고 그들의 살 권리를 묵살한 전쟁에 대해서 다시는 있어서도 안되고 잊지 말자고 얘기한다.


가장 슬프고, 가장 감동적인 내 온 마음을 울렸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