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와플가게
고솜이 지음 / 돌풍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고솜이 작가의 전작 『수요일의 커피하우스』에서 갓구운 빵과 갓내린 커피만을 파는 주인공들을 보며 작가에 대한 좋은 느낌을 받았다가 이번에 음식이야기와 장사 이야기를 만들어 낸 그녀의 단편집을 읽었다.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도, 잘 만들지도 못하는 나는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때면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음식 냄새를 맡고 그 음식을 먹어본 사람처럼 그 맛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책 또한 굉장히 느낌이 좋았다.

음식을 만들다 보면 정성을 다해 만든 날이면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만족스러운 음식이 나오게 된다. 하기 싫어서 만든 음식은 역시나 무언가 양념 하나가 빠진 것처럼 간이 맞지 않아 이것 저것 첨가하다보면 더 맛이 이상해져 식탁에서도 인기없는 음식이 되어버리고 만다. 음식맛에 마음이 들어가는 것 같다. 들어가는 마음만큼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고 할까. 선천적으로 미각이 살아있다는 요리 잘하는 사람은 빼고 말이다.



자전거 와플가게
나 혼자 식사
카스텔라 오븐
스트로베리 파이
에스프레소 자동차


장사나 음식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의 말처럼 다섯 단편 모두 음식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전거에 와플 재료를 싣고 골목길 모퉁이에서 자전거 와플가게를 차린 주인공이 발레를 배우는 꼬마 여자아이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감자 와플을 만들어 낸 주인공의 이야기 「자전거 와플가게」
자전거를 타고 가 꼬마 아이가 기대어 서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장사할 준비를 하는 분주한 주인공의 모습과 그 아이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그녀의 모습과 집으로 돌아가 사방 벽에 갇힌 몇계단 낮은 현관과 그녀의 외로움들이 전해져 왔다. 그녀는 외로움을 알기에 꼬마 숙녀가 혼자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냈을 것이다. 서로의 모습을 알아 보고 아이 옆에서 장사를 하고 아이 옆에서 말을 건냈겠지. 그러면서 서로에게 위안을 얻었으리라.

「나 혼자 식사」에서 차를 타고 시장에 가 린넨 식탁보와 식기 세트를 구입하는 주인공을 보며 친구도, 가족도 없이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도 이렇게 예쁜 그릇에 담아 식사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생활에서도 주인공처럼 우아하게 식사를 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그렇게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개학을 해 퇴근후 혼자 식사해야 하는 나는 그냥 대충 먹게 된다. 요즘 내 저녁 메뉴가 거의 너비아니와 계란 프라이를 해 토스트 두 쪽으로 저녁을 먹는데 나 혼자 식사를 하는데 너무 차이나지 않는가.

할머니와 함께 살적에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우주선 모양의 「카스텔라 오븐」할머니와의 추억이야기인 카스텔라 만드는 방법. 신문지를 깔고 부은 카스텔라 반죽이었지만 할머니의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더 맛있었고 방법을 버릴 수 없었던 할머니를 생각하는 따뜻함이 보인 내용이었다.

과일 알레르기가 있어서 딸기라면 질색인 주인공에게 새엄마가 파이 한 조각을 건네 주면서 "자, 한번만 먹어 봐, 스트로베리 파이야." 라고 말한 후부터 딸기는 먹지 않아도 스트로베리 파이는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인 「스트로베리 파이」

우리가 사랑을 깨닫는 것은,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는 것과 같다. 그때부터 우리는 사랑을 피상적인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피부조직처럼 섬세하고 친근한, 늘 옆에 있었으나 알지 못했던 진짜 사랑의 모습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스트로베리 파이」 149페이지 중에서)

자동차를 개조해 카페를 한번 해보겠다는, 아들과 단둘이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는  「에스프레소 자동차」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 재미없다고 하자 다니지 말라고 한다. 그것도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나같으면 감히 생각지도 못할일을. 나 같으면 어떻게든 학교의 좋은 점을 말하고 어르고 달래서 학교를 보낼텐데. 아,, 고지식한 인간이로구나, 나도.  

책을 다 읽고 보니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거의 혼자다.
처음부터 혼자인 사람은 없겠지만 이상하게 혼자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혼자서 살아가면서도 특별하게 외롭다고 느끼지도 않고 꿋꿋하게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만들며, 혹은 그 음식을 파는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왜 이렇게 외롭게 살아가나 싶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우울해 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열어간다. 그것도 아주 자유롭게. 타성에 젖어 있는 우리의 마음을 새로운 감각으로 일깨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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