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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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쓰는 에세이는 그 글들이 다 시적으로 다가온다.
시인이 바라보는 풍경 또한 우리가 바라보는 순간보다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시적인 표현으로 나타낸 글을 읽노라면 그 풍경이 그려진다. 시인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시를 읽어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시인의 『사평역에서』와 『포구기행』같은 책을 왜 읽어볼 생각을 안해봤을까. 나는 그동안 너무 게을렀나보다.

처음 이 제목의 책을 보았을때 저자가 일상생활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쓴 산문이거니 했는데, 타고르의 시를 너무도 사랑해 그가 살았던 인도의 산티니케탄의 시골마을에서 타고르가 지냈던 시간을 느끼고자 그곳에서 일년여 살면서 그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주 잠시의 시간들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진 그의 이야기이다. 타고르의 시를 사랑하고, 시를 읽으면서 지낸 시간들은 그에게는 너무도 소중했을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이 순간순간을 사랑했을 그 시간들이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는 1초.
1초, 1초들이 모여서 수많은 시간들을 우리는 지내고 있다. 그 수많은 시간들이 우리의 삶에서 두번 다시 못 올 소중한 시간들이다. 그냥 무심코 무의미한 시간들을 보내다가 그런 생각을 하면 지나가는 시간이 그렇게 애틋하게 느껴질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시간시간 최선을 다해야지.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부겐빌레아

꽃이 필 때 아물 소리가 없었고
꽃이 질 때 아무 소리가 없었네

맨발인 내가
수북히 쌓인 꽃잎 위를 걸어갈 때
꽃잎들 사이에서 아주 고요한 소리가 들렸네

오래전
내가 아직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그 소리를 들은 적 있네

외로운 당신이
외로운 길을 만나 흐느낄 때
문득 고요한 그 소리 곁에 있음을. (54페이지 중에서)

한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은 밤기차를 타는 일만큼이나 신비한 일입니다. 아이의 눈으로 창밖의 풍경을 보고 아이의 눈으로 지상의 시간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 말이지요.(155페이지 중에서)

시인이 만난 사람들, 그들과 함께 한 시간들을 우리에게 조근조근히 들려주는 글을 읽으며 그 풍경들을 상상했다. 그리고 시인이 만난 사람들마저 나에게는 친근하게 다가왔다. 언제나 여행을 꿈꾸는 내게 이 책은 어디든 떠나 보라고 권해준다.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말고 꼭 가보고자 하는 곳, 마음이 간절히 시키는 그 곳으로 떠나보라고 나를 다독인다. 가난하게 살지만 순박하고, 또 그들을 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들을 사랑으로 보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을에 접어들며,
이상하게 시詩들이 가슴속으로는 들어온다.
이 책을 읽고 좋아하는 가벼운 소설을 읽어도 전보다 즐거운 마음이 덜 든다. 아마도 가을을 타나, 그래서 시詩가 이렇게 좋은 건가. 시가 가슴에 와 닿으니 시인이 쓴 산문은 더 가슴에 쌓이나 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들과 내게 다가오는 시간들을 아주 기쁘게 받아들이며 사랑해마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힘겨워하고 있는 부분들까지도 그게 나의 삶의 사랑하는 하나의 시간이라고 그것마저도 내게는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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