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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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이를 임신했을때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자신을 알리는 태동을 처음 느꼈을때의 그 두근거림. 또는 초음파로 처음 심장소리 들었을때의 그 두근거림이 생각난다. 핏덩이 아이를 처음 안았을때의 그 가슴벅참. 내가 이런 아이를 뱃속에 담고 있었나 새생명으로 태어난 아이를 처음 보았을때의 그 희열을 잊지 못하겠다. 낮밤이 바뀐 아이때문에 졸리는 눈을 억지로 뜨고 비몽사몽간에 아이에게 젖을 먹였던 일들이 그때는 너무도 힘들었지만 아이가 한 마디 '엄마'라는 말을 뱉었을때 나는 온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뻤고 낮밤이 바뀐 아이가 날 힘들게 했던 건 벌써 다 잊어 버리고 말았었다.


만약 그렇게 기쁨을 주었던 아이가 병에 걸렸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지레 겁부터 먹고 울고만 있지 않았을까. 나는 아이를 둘이나 키웠어도 제대로 된 부모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참 모자라는 부모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여쁘기만 아이가 아프고 더군다나 나보다 더 늙어있는 모습을 하고 있을때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어찌보면 굉장히 우울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도 작가는 유머스럽게 또는 진지하게 다루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중에서도 삶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조로증에 걸려 80살의 몸을 가진 열일곱 살의 아름이와 열일곱 어리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아 키운 서른네 살의 철없는 부모의 이야기이다.

나는 더 큰 기적은 항상 보통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다. 보통의 삶을 살다 보통의 나이에 죽는 것, 나는 언제나 그런 것이 기적이라 믿어왔다.
                     ~~~~~  47 페이지 중에서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는 일이니까......"
"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 "
"그러니까 너는,"
" ..... "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  50 페이지 중에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어요."
어머니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건 그 사람이 도망치려 한다는 거예요."
" ....... "
"엄마, 나는 ..... 엄마가 나한테서 도망치려 했다는 걸 알아서, 그 사랑이 진짜인 걸 알아요."
                     ~~~~~  143 페이지 중에서

열일곱 살인 내 딸과 같은 나이의 아름이.
80살 먹은 노인의 몸을 해서 일까, 아니면 죽음을 준비해서 일까. 아름이는 오히려 슬퍼하는 엄마와 아빠를 유머로서 달래고 오히려 위로하게 된다. 아이의 마음과 노인의 몸을 가진 아름이는 그런 아이였다.

"쿵쾅쿵쾅" 가슴을 맞대면 들리는 소리.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마치 엇박자처럼 들렸던 서로의 가슴 두근거림. 우리가 살아 있음으로인해 들리는 이 소리. 나는 내 가슴에 손을 대고 심장 소리를 들어본다. 내가 내 아이들의 부모가 되었다는 것에, 아이들이 아직까지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여전히 쿵쾅거리고 있는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작가는 젊은 작가 중에서도 눈에 띄는 작가이다.
그 전에부터 그의 작품을 읽어보겠다고 다짐했으나 놓치고 '젊은 작가상'을 받았던 「물속 골리앗」의 그 범상치 않음을 알았고, 첫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 또한 가슴 먹먹하고 따뜻함을 주는 놀라운 작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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