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의 공간 - 작가의 집에 대한 인간적인 기록
J. D. 매클라치 지음, 김현경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몇 년전 전주 한옥마을을 여행하던중 '최명희 문학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오래전 20대 시절에 책 읽느라 나를 잠 못 이루게 하고 내 마음을 온통 빼앗았던 『혼불』의 작가. 그 작가의 사진과 친필 원고 등이 탑처럼 높게 쌓여 있는 문학관은 내 마음을 너무도 설레게 했었다. 작가의 조그만 흔적이라도 남겨오고 싶어 사진으로 담아왔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로 시작되는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을 좋아해서 그렇게 외우고 또 코팅되어진 책받침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었다.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통영을 방문 했을때 '청마 문학관' 을 가서 그의 친필 원고 등을 보는 일들이 참 행복했었다. 그렇게 작가의 필체 한 조각이라도 만나고 싶어하는 일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기도 하다.

 
'시 한 편 한 편이 감탄과 감동을 자아내고 언제나 새로운 기쁨을 선사하는' 시인이자 예일대학교 교수인 매클라치가 미국인 시인이나 소설가, 극작가들의 문학적 걸작들이 탄생했던 장소로 우리를 안내하는 책으로 우리는 작가들의 살았던 그곳으로 여행을 했다. 돈이 없어서 임대를 했고 또는 비싼 값에 구입해서 꾸미고 했던 곳을 잃지 않기 위해 작가를 사랑하는 이들이 집을 여러 사람을 거쳐 살다가 후손들이나 기관에서 구입해 이렇게 작가들이 거주했던 그때의 모습으로 꾸며 놓아 우리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곳을 만들어 내었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살았던 집터들이 망가지고 흔적들이 사라져버림에 안타까워 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작가들의 고향 집들이 이렇게 국가적 차원에서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집의 일부분을 작업 공간으로 할애하는 경우, 작가들은 개인적으로 까다로운 경향이 있고 때로는 신경증적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헤밍웨이는 아침에 글을 쓰기 전 스무 자루의 연필을 깎았고 마크 트웨인은 당구 한 게임을 했지만, 단순이 그들이 습관의 동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글쓰기가 일종의 의식이고 나름의 격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루 중 특정 시간대와 특정한 의자, 특정한 브랜드의 종이, 특정한 종류의 펜과 파이프 그리고 한 잔의 차. 작가들은 벽난로가 깔개 위에서 특별한 장소 주변을 돌고 돌다가 결국 그 위에 앉는 개와 닮았다. 그 의식들은 일종의 연속성을 보장하며 피곤한 뮤즈를 일깨운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나 소설 등의  작가가 살았던 곳을 방문하는 일은 너무도 설레는 일이다. 책 속의 글로 만나는 작가이지만 마치 스토커처럼 작가의 이야기를 찾아 읽고 작가의 곁을 맴도는 이들이 많은 것 처럼 작가가 살았던 곳을 엿보는 일은 즐거움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가 살았던 집의 모양, 햇볕이 잘 드는 공간의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는 모습, 책상의 원고들이 놓여 흐트러진 모습, 그리고 작가가 글을 쓰는 와중에 오지 않는 잠을 청했을 침실의 모습 하나하나까지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처럼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었다. 역시 글을 쓰는 작가의 공간 답게 작가의 집에서는 공통적으로 도서실과 서재의 공간이 있었다. 글을 쓰는 작가이면서 또한 열정적인 독자였던 그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읽기 좋아하고 도서실에 구비 해놓기를 즐겼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집 주변을 산책하기를 즐겨했던 작가들은 큰 책상이든 작은 책상이든 책상에 앉아 몇시간이고 글을 쓰고 있었다. 햇볕이 잘드는 창가에서 때로는 커텐을 다 내린 어두침침한 곳에서 자신의 취향대로 열심히 글을 썼다.

자신이 숨을 쉬고 가족과 생활했던 곳.
나중에 유명한 작가가 되었지만 생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때문에 힘들게 생활해야 했던 작가들. 글을 쓰기 위해 틀어박힌 작가를 위해 방해하지 않고 내조를 했던 가족들의 모습과 작가의 고독, 사랑과 행복이 함께 했던 곳. 그곳의 책상에서 작가의 걸작이 탄생했던 곳이다. 작가의 숨결과 감정들이 스며 있는 곳. 그곳을 들여다 보는 일은 작가의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작가들의 걸작들을 읽는다. 그들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그들의 안식처에서 고독과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묻어나오는 그들의 감정과 풍경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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