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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 -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김원 글.사진.그림 / 링거스그룹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전부터 <페이퍼>라는 문화 전문지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그 문화 월간지를 본 적은 없다. 그 문화 월간지가 궁금하던차에 백발두령으로 불리우는 <페이퍼>의 창간한 발행인이 처음으로 책을 내놓았다 했다. 15년동안 PAPER를 만들어오면서 매월 한 통씩 독자들에게 적어 보냈던 편지들과 저자가 최근에 찍었던 사진들을 엮어서 낸 책이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있을것이다. 책을 낸 사람도 책을 읽는 사람도 기분좋게 만들 푸근하게 다가오는 그의 글씨와 하늘 저편을 바라보게 만드는 그의 사진, 그리고 글들이었다.
그의 글들을 읽으며 줄을 긋고 싶은 글들이 많았다. 너무도 공감하고 왠지 마음을 빼앗는 글들이었다. 이 가을의 소슬바람을 느끼게도 하는 글. 무언가 꿈꾸고 싶고 자꾸 떠나고 싶은 그런 감성들을 자극시키는 글들 이기도 했다. 그가 찍어 놓은 사진들을 봐도 머나먼 하늘 저편을 지긋이 바라보며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도 할 수 있는 그런 사진들이었다.
그의 글들 중 잊지 않고 읽어 볼 몇몇의 글들을 여기에 남겨보고자 한다.
그렇게 길고 긴 5분을 지나 보내면서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중에 단 5분 동안만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있는지?
얼핏, 생각하기에는 하루 중에 단 1분도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단 5분씩만이라도
내 영혼을 위해 그 시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3페이지, '하루에 단 5분씩만이라도' 중에서)
저는 이제 나이가 조금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잠만 자고 나면, 머리맡에 선물처럼 주어지는 그 하루하루가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슬퍼하고 괴로워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깝고 소중한 하루하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아 오늘 하루도 멋지게 살아야지!'하는 자기 최면을 걸곤 합니다.
하루하루를 멋지게 만들어 가다 보면,
언젠가는 '멋진 인생'도 저절로 찾아오겠거니..... 하고 말이죠. 하하.
(241페이지, '하루하루를 멋지게 만들어 가다 보면' 중에서)
오늘 당장 저지르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도 하지 못할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내일이 수백 번 다시 찾아와도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내일은 언제나 그저 내일일 뿐이니까요. 하하 (277페이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중에서)
나이가 들어서인지, 가을이 왠지 싫다.
뜨거운 여름엔 너무 더워서 힘들기도 하지만 여름이 좋은 이유는 땀을 흘리며 내가 살아있다는 기분을 강하게 느끼는 반면에, 가을은 왠지 너무 쓸쓸하다. 일단 추위 타는 내게 찬 바람이 싫고 눈가에 느껴지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보여서 싫다. 아마도 가을이 가장 싫은 이유중의 하나는 내가 계절을 느끼는 만큼 내 나이를 느끼는 것이다. 얼마남지 않는 올해, 또 한 해가 가겠구나. 나이를 또 먹어가는 구나. 먹어서 없어지는 나이가 아닌 자꾸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이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이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하지만 가을 기분이 강하게 느껴져 쓸쓸할때 이 책을 만나 위로가 되었다. 그리 길지 않은 글과 저자의 마음들이 고스란히 보인 글, 또한 사진들을 보며 마음을 다독였다. 책의 표지에 써진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라는 소제목도 굉장히 마음에 다가오는 책이었다. 마음이 외로워 쓸쓸함을 느끼는 당신에게 예전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를 것이다. 내가 무심코 버려 두었던 또는 미루어 두었던 소중한 시간들이 생각나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