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한약방
서야 지음 / 가하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전주 한옥마을의 풍경을 기억한다.
아주 오래전의 옛날로 돌아간 느낌. 그곳에서 안식을 찾았던 그런 느낌을 가졌었다. 정겨운 한옥 고유의 멋이 그대로 우러나와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고만 싶었던 그곳. 한옥마을 문화 해설사를 따라 다니며 한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때 너무도 재미있어서 혹시나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놓칠까봐 아이들보다 더 까치발을 들고 귀를 쫑긋거렸던 그런 기억이 있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 하나의 장면이라도 놓칠까봐 열심히 사진을 찍었던 그 시간들이 머릿속에 마치 영화 화면처럼 그림이 그려진다. 그곳에서 하룻밤쯤 묵으며 그곳의 정취를 느끼고자 했던게 벌써 몇 해가 지난건지 생각해보면 아련한 추억이 많은 여행길이었다. 마치 고향의 그리움을 간직한 것처럼 전주의 그 풍경들은 그렇게 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그런 소중함을 느꼈던 탓인지 전주 한옥마을을 무대로 한 책을 만났을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그 풍경들을 그리며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의 전작인 나의 온 마음을 쏙 빠지게 만들었던 『은행나무에 걸린 장자』속에 나온 인물들이 나와서 나도 모르게 입술 끝이 한없이 올라가기도 했던 그런 기분좋은 작품이었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에 대한 느낌이란게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하나의 작품만으로도 예전의 작품을 다 찾아 읽게 만들고 작품이 나올때마다 왠지 설레임을 주는 그런 작가이다. 그래서 더 기대했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게 더 기분좋은 일이었다.


너무도 사랑스럽고 어여쁜 늘뫼.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 초등학교 수준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처럼 뽀얀 피부와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는 늘뫼는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뒤 전주 한옥마을 삼거리에서 한약방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랑 살고 있다.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 모두에게 늘뫼는 너무나도 예쁘고 귀여운 없어서는 안될 그런 존재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랑 둘도 없는 친구인 소담골 표원장님이 한의사들을 데리고 이곳 전주에 자원봉사 하러 오셨다. 이번에 오신 선생님들중에 서울사람이라 그런지 하얗고 잘생긴 이호윤 선생님을 보자 마치 폭죽이 터지는 양 가슴이 펑펑 소리를 내며  늘뫼의 마음을 붙잡는다. 이게 바로 사랑일거라며 한 눈에 이 선생님에게 반한 늘뫼는 날마다 고이고이 기르던 조랭이 오빠가 사준 토끼를 좋아한다는 이호윤 선생님의 말에 다음 날 아침에 솜래 할머니에게 토끼탕을 해달라고 해 의사 선생님들에게 바친다. 

너무도 정적이면서도 도무지 속을 알수 없을것 같은 이준.
서울에서 유명한 소담골 한의원의 침구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로서 소담골 편 원장의 오랜 지기인 강의원의 한약방에 자원봉사하러가게 된다. 서울에서 먼 전주의 한옥마을에 위치한 삼거리 한약방은 동네 할머니들의 단골이요 전주에서는 유명한 한약방이기도 하다. 그곳 강 의원의 하나밖에 없는 손녀딸을 보며 이준은 남다른 생각이 든다. 지적 수준이 다소 부족하지만 선하고 까만 눈망울을 빛내며 말하는 순수한 늘뫼를 보며 이준은 마음의 시름을 잊는다.  평생 웃음이라고는 모를 그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판소리 무형문화재의 자손으로 태어나 한량무, 가야금 까지 두루두루 국악이라면 섭렵하지 않은 것이 없는 가야금의 대가 명. 이이가 『은행나무에 걸린 장자』에서 은목에게 가야금을 가르치던 그 가야금 선생님이 아니신가. 가끔씩 위에게 강한 질투를 유발시켰던 인물인 명이 이번엔 늘뫼의 곁에 있는 이로 나오게 된다.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명의 출연만으로 나는 은목과 위를 떠올렸다. 


조금 부족하지만 할아버지가 오매불망 어여쁘게 키운 손녀딸 늘뫼를 보면서 마음이 정말 많이 아팠다. 내가 만약 이런 아이를 두었다면 이 아이를 누구의 짝으로 댈 것인가. 그런 마음이 들어 늘뫼의 할아버지가 어떻게든 늘뫼의 짝을 맞춰주고 싶었던 마음이 아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사실적으로 보자면 어떤 부모가 늘뫼를 며느리로 보겠는가. 그런 너무도 현실적인 사실들이 가슴에 콕콕 박혔다. 그래서 많이 울기도 하고 해맑은 늘뫼를 바라보며 웃음 짓기도 했다. 이렇듯 사랑이란건 본인 의지로도 어찌할수 없는 걸꺼라 생각이 들었다.   


사랑스럽고도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늘뫼의 천진스러운 말투와 때가 묻지 않은 늘뫼를 보는 기쁨이 컸다.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그 아이를 어여쁘게 봐주고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자신의 가슴속에 따뜻한 사랑을 깨달아버린 이준을 보는 내내 나는 가슴이 떨렸다. 그런 둘을 보는 마음에 아마도 애틋함이 더 컸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따뜻함을 품지 않았던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명에게도 누군가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에도 나는 눈물을 흘렸다. 이렇듯 따뜻한 소설을 만났다.


전주 한옥마을의 풍경들이 새삼 떠올라 전주를 다시 방문하고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가가 보았다던 그 허름한 삼거리 한약방을 볼때면 나는 그 곳에서 달걀을 삶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삶은 달걀을 건네고 싶었던 늘뫼를 떠올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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