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고 적었다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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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내적인 고백은 어쩐지 독자를 향한 다정한 목소리 같다. 냉정한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상상의 산물인양 인물을 탄생하여 작가의 목소리를 내다가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의 곤란함이 이해가 된다. 때로는 자기를 보여주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정체를 감추고 있는 사람도 꽤 많기 때문이다. 뭐가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자신의 취향일 뿐이다.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로서 에세이는 조금 더 개인적인 감정을 나누는 것 같아 좋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나타냈다. 아프신 아버지를 바라보는 마음이 느껴져 먹먹해졌다. 부모님이 아프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부모님의 과거와 나의 과거가 겹치고,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절로 애틋해진다. 아프고 싶겠냐만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함께 여러모로 복잡해진다.



 

다 드러내고 다 털어놓는 대신 감추는 마음. 그리고 그걸 알아채고 헤아리는 마음. AI 앞에서 요즘 그런 마음을 자주 생각한다. 어쩌면 문학은 AI와 반대로 자신의 무지를 아주 길게, 다양한 방식으로 고백해온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36페이지, 세 개의 빛중에서)

 







언어를 다양하게 사용할 줄 아는 작가는 부모님의 이야기도 이처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작가의 글이 곧 우리의 역사를 알려주는 매개체인 듯하다. 그저 나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라는 틀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삶은 단순한 덧셈 뺄셈이 아니라 여러 개의 얼굴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학은 바로 그 자리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15페이지, 내가 되지 않는 꿈중에서)

 



긴 시간, 나는 나였다가, 또 나였다가, 충분히 나였다가, 혹은 나인 줄 알았다가 내가 되지 않는 꿈을 꾼다. 자연인으로서도 창작자로서도 그렇다. ‘진정한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얼마나 안심이 되나. 얼마나 해방적인가. (20페이지, 내가 되지 않는 꿈중에서)



 

삶과 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삶의 다양한 것들이 문학으로 표현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삶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문학 속에서 발견하고 공감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문학에 기댔던 어느 순간들이 모여 창작자의 삶을 사는 작가의 마음이 고요히 와 닿는다. 문학에서 위로를 받고 그러한 마음을 담아 문학을 창조한다는 것, 다른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일이다. 문학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는 명사의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힘든 시간 문학은 우리의 친구이자 위로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세상을 바라보고,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이 낯설지 않다. 생활인으로서의 개인과 글을 쓰는 작가로서 경계를 표현하고, 과거의 시간을 끌어내어 그때의 마음들을 펼쳐놓는다. 과거에는 가능했고, 현재에는 불가능한 것들. 그 틈새를 메우는 글이 있어 좋은 게 아닐까.

 



과거의 시간을 되돌려놓기는 불가능하다. 과거를 들여다보며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듯, 우리를 이루는 건 과거의 시간에서 왔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를 이루는 궁극적인 삶의 목적도 과거에서 왔을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시야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 나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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