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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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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가 그리는 연애소설이다. 건축에 대한 애정과 건축을 배우는 사람의 자세, 자연과 조화를 생각하는 건축가의 마인드가 깊게 자리한 여름 별장의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가을, 겨울, 봄, 여름을 지나는 동안 도쿄를 떠나 홋가이도로 이주해 온 여성의 계절이 몹시 아름다웠다.
무요 게이코는 삼십 대 중반의 나이, 함께 살던 연인과 이별하고, 아버지와 함께 몇 년을 지냈던 홋카이도가 그리웠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우체국에서 편지를 배달하는 일을 하는데도 즐거워 보인다. 차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길의 풍경이 퍽 다채롭다. 시골 마을답게 게이코가 움직이는 노선을 사람들은 다 꿰고 있다. 가게 앞에서 하품하더라는 소문이 무성한 동네다.
게이코는 목조가옥에 사는 데라토미노 가즈히코에게 소포를 배달하며 그를 마주한다. 눈이 마주치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꿰고 있다. 그의 사인을 받고 물건을 건네주던 날, 쉬는 일요일에 집에 방문해달라고 말한다. 의문의 프랜시스가 누구인지 그를 방문해서야 알게 된다. 모든 음을 채집하는 그는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다. 그에게 빠져드는 게이코. 무성한 소문을 뒤로 하고 그와 연인이 된다. 서른 중반의 게이코는 소문 따위 두렵지 않다.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사계절이 소설 속에 드러난다. 봄의 향연, 여름의 더위, 가을의 바람, 겨울의 눈, 계절과 더불어 우편배달을 하며 급여가 적어도 몇 년은 충분할 것 같다. 그저 세상에 둘이 있는 듯 머물 것 같지만, 둘에게도 갈등은 존재한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는 게이코의 행동은 가즈히코와 닮아있다. 세상 모든 소리를 채집하는 가즈히코는 세상에 초연한 듯 살아간다. 수력발전소의 프랜시스의 상태를 지켜보며, 홋카이도가 정전이 되었을 때, 홋카이도 전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안치나이의 전기 정도는 충분한 감당할 프랜시스일 것이다.
번잡한 도쿄가 싫었던 게이코는 이처럼 평화로운 홋카이도의 삶이 좋다. 한겨울, 게이코가 소꼬리를 삶는다. 오랜 시간 졸여야 하는 과정을 즐겁게 하고 있다. 눅진한 국물, 부드러운 고깃살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눈이 내리는 날, 뜨거운 국물 한 모금을 마신다면 홋카이도의 추위 따위 잊어버릴 것 같다. 그렇듯 평화로운 홋카이도에서 머무는 게 좋다.
마쓰이에 마사시 소설의 매력은 고요함과 잔잔함에 있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 여름 한철을 보냈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와 닮아있다.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어릴 적 잠시 살았던 도시를 잊지 못하고 찾아온 여자의 삶은 평온하다. 가진 돈이 많지 않아도 혼자서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 강가에 사는 남자와 연애를 시작하고서도 그가 결혼은 했는지, 연인이 있는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다. 잔잔한 호수처럼 일렁이지 않는다.
봄은 먼저 하늘에서부터 온다.
그렇게 묵직이 꼼짝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겨울이 4월 중순이 지나자 급속하게 힘을 잃고 안치나이 마을 상공에서 흐르듯이 사라져갔다. 투명한 파란 하늘도 아니고, 눈을 낳는 두꺼운 구름도 아닌, 봄 안개로 어슴푸레하게 하얗고 밝은 하늘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154페이지)
홋카이도의 날씨는 여름에는 선선하지만, 겨울에는 봐주지 않는다. 눈이 허리 높이로 쌓이고, 바람마저 매섭다. 마치 이들의 사랑을 시샘이라도 하듯 홋카이도의 태풍은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별에는 음이 있다. 게이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들리지 않는 음이 하나하나의 별에서 이쪽을 향해 내려온다. 그 음은 빛이었다. 광원조차 되지 않는 덧없는 빛의 음. (189~190페이지)
감정은 물처럼 유유히 흐르다가도 세찬 비바람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굳건해지고, 어떤 선택을 해도 상관없다. 그저 원하는 대로 나아가면 된다.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노인들에게 편지를 읽어주었던 것처럼, 게이코는 홋카이도의 계절을 즐거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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