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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다 아니다
김중혁 지음 / 안온북스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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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은 현실에 있다고 하자.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다고 여기지 않은가. 만약 약간의 돈을 주고 자기가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 그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라. 자기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것들과 시간을 보낸다면 갑갑한 현실 같은 거 잊고 말 것 같지 않은가. 다만 현실에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게 문제가 될 듯하다. 분명한 게 꿈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세상만 존재할 것이므로 그렇다.
영화 <인셉션>이 생각났다.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영화의 잔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김중혁의 『꿈이다 아니다』를 읽었더니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내 꿈속으로 들어와 내가 가진 정보 혹은 기억을 훔쳐 갈 수도 있다. 나의 외모로 누군가에게 다가가 해를 끼칠지도 모르지 않나. 물론 중요 인물도 아니므로 훔칠 정보도 없겠지만, 꿈속의 세상과 현실이 맞물려 범죄에 이용되지 않는다고 보장하지 못하겠다.
오랜만에 김중혁의 소설을 읽었다. 상상력의 세계, 꿈의 미래를 경험하는 듯했다. ‘달리’라는 회사에서 드림 큐레이터로 일하는 주이창과 ‘마이멘토모리’에 언더커버로 활동하는 경찰관 주아연이 주인공이다. 주이창은 달리글라스를 끼고 잠에 빠지면 뇌파 데이터를 꿈 변환기를 통해 변환된 영상을 사용자들에게 돈을 받고 ‘꿈 해설 서비스’를 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갈라’와 ‘루팅’을 이해하면 좋겠다.

갈라에서는 접속자가 자기 기억의 표면을 떠다니며 오래된 감정과 기억 속의 장면을 더듬을 수 있다. (중략) 루팅은 사람의 생애 기억과 인지 패턴, 감정 반응을 더 깊은 바닥에 고정시키는 작업이었다. 한번 내려간 것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고, 한번 정착이 시작되면 되돌리는 일도 거의 불가능했다. 갈라가 산 사람을 위한 휴식처라면, 루팅은 죽은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안식처였다. (262페이지)
주이창과 주아연은 남매 사이로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생명유지장치를 하고 있는 상태다. 살아 있는 게 아니므로 그만 보내드리자고 하는 아연과 살아있는 사람을 어떻게 죽은 사람으로 치부하겠냐가 이창의 의견이다. 각자 꿈속으로 들어가 신세계를 경험한다. 꿈속에서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꿈의 세계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육신을 버리고 영원하기를 원하는, 즉 루팅을 선택한 사람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파는 세력이 있다는 거다. 그걸 알선하는 사람이 있고, 그러기 위해서 약을 판매하는 자가 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간의 존엄성 따위 쓰레기처럼 여기는 인간이 등장한다는 게 아이러니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가족을 꿈속에서 만난다면 행복한 일이기도 할 것 같다. 다정한 목소리, 웃는 모습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꿈속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AI로 죽은 사람의 모습도 나타낼 수 있는 시대다. 비록 상상의 세계라고 하지만, 꿈속에서 소통하지 않는다고 보장하지 못하겠다.
꿈의 세계를 만든 자, 꿈속에서 소통할 수 있는 자, 상처마저 치유되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의 고통을 아는 사람에게 꿈속에서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 물어보면 하나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말할 것이다. 꿈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헷갈릴 법도 하지만 결국에는 꿈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깨닫지 않을까. 과거의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미래를 향해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고 누군가 말했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결국엔 살아있다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한다. 일상이 지겨워도, 지겨움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하며, 내가 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일으킬 파장을 생각해 보면 살아갈 법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좋은 게 아닐까. 좋은 일이 생기면 꿈은 아닐 거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좋은 일만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꿈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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