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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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루니 #은행나무


 

새로운 작가의 발견은 출판사의 마케팅 덕분이다. 눈에 띄는 문장에 낚이고 마는 것이다. 이를테면, ‘현존하는 작가 중 이보다 더 뛰어난 작가가 있을까?’전 세계적 현상이라 불리는 샐리 루니의 최신작이라고 하면 문학 독자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떻게든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이 책 또한 이 문장에 자꾸 눈에 띄어서 아무래도 읽을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대단한 작품이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원했던 것보다 더 대중적인 작품이 아닐까, 실망하면 어쩌나,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였고, 상실의 아픔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설은 아버지를 잃은 두 형제와 이들의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연인들이 등장한다. 서른셋의 변호사인 피터는 대학에 다니는 나오미와 연인이라고 할 수 없는 어중간한 관계에 있고, 오래전에 사귀었던 실비아의 관계가 정확히 정리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대하여 표출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봐야 옳겠다. 뛰어난 체스 선수인 스물두 살의 아이번은 체스 경기가 열리는 예술센터에서 서른여섯 살의 마거릿과 사랑에 빠진다. 나이 차가 많은 관계로 마거릿은 아이번에게 사랑을 느끼면서도 자기보다 훨씬 어린 나이를 걱정한다. 피터 또한 나오미에게 매력을 느끼면서도 연인 사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다. 변호사 일과 친구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는 약과 술에 의존하고 있다.

 



슬픔은 가족 혹은 친구와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상실의 아픔을 말하고, 그리워하며 추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형제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만의 추억을 말하며 슬픔을 달랠 수 있었다. 피터와 아이번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형제의 어머니는 이미 다른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아버지가 살던 집은 비어있고, 아버지 집에 있었던 개 알렉시를 언제 데려가느냐고 어머니는 아이번을 재촉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번의 아파트에서는 개를 키울 수 없어 안타까워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아이번이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알렉시와 함께 지낼 수 있다.





 

아이번이 피터에게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며 나이가 형과 비슷하다고 말하자, 피터는 나이 많은 마거릿을 나무란다. 중의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거에 가깝다. 형으로서 걱정되는 마음을 드러낸 말일 수도 있지만, 아이번에게는 상처가 되었다. 마거릿을 탓하는 듯 말을 했으니 말이다. 가족이라면 이런 상황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형제들이 그렇듯, 피터의 말에 상처받은 아이번은 그의 전화를 차단하고, 화해하고 싶은 피터는 문자를 남기지만 아이번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상처가 되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다. 걱정한다는 이유로, 너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든다. 알면서도 그걸 자주 놓친다.



 

인터메초(intermezzo)는 간주곡, 막간극을 뜻하는 용어이며, 체스에서는 예상 밖의 한 수를 뜻한다.’고 한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아버지의 죽음 이후 상실의 고통과 형제의 갈등 구조, 그리고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나타낸다. 다른 한편으로 형제가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고민한다.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오래전 헤어진 연인과도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는다는 걸 혼란스러워한다. 또한 형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를 사랑하게 된 동생은 연인을 탓하는 형의 말이 싫다.

 



삶에서 체스밖에 없다고 여겼던 아이번의 성장이 눈에 띈다. 체스 이외에서는 자폐적 성향을 보이는 듯했지만, 마거릿을 만나는 순간 삶과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형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었던 과거와는 달리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반박할 수 있었다.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서로 솔직하게 대화했더라면 이런 상황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형제이기에 화해도 쉽게 하는 법이다. 예를 들면 아이번이 다시 체스 경기가 열리는 장소를 찾아가 기다렸다가 눈만 맞추어도 괜찮다. 눈빛으로, 행동으로 전해지는 법이다. 미안함과 다정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로맨틱한 소설이면서 성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생생한 인물 묘사와 섬세한 심리 묘사가 빛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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