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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트레인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7
문지혁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2월
평점 :
문지혁 작가의 소설은 자전적인 내용과 허구의 경계에 있는 것 같다. 작가 문지혁이 주인공인 소설과 아내의 이름으로 짐작되는 이름 때문에 이게 소설인지, 작가의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작가가 살아온 이야기와 허구의 내용이 혼재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다.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나이트 트레인』에서도 작가가 등장한다. 작가가 대학생이던 1999년 호텔팩으로 21일간 유럽여행을 떠났던 이야기와 과거의 흔적이 들어있는 상자를 아버지로부터 받은 현재, 그리고 여행지에서 썼던 액자 소설, 이 세 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나타나는 작품이다.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었던 O와 함께 보았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던 기차. O가 이별 선물로 건네주었던 은반지를 버릴 곳은 빈의 대관람차 안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여행기다. 아마도 여행의 목적을 첫사랑의 기억을 버리러가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절대 반지를 버리러 떠났던 것처럼 주인공 ‘나’도 첫사랑의 상징인 은반지를 버리러 가는 여행을 선택했다. 여행지의 야간열차 안에서 만났던 전수진은 그의 여행지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가 쓰고 있던 소설의 주인공도 ‘수’와 ‘진’이라는 이름이었다. 호텔팩 동료 중에서 E가 유일하게 같은 대학교였다. 마치 우연처럼.

작가의 이야기 같아서일까. 비교적 짧은 소설이기 때문일까. 작가가 여행한 장소의 에피소드와 반지를 버리러 간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연이 낯설지 않다. 한번 스치고 갈 인연이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이 평생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포 선라이즈>처럼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사랑에 빠질 수도 있잖은가. 야간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부터 설레지 않은가 말이다.
각자의 사연으로 여행을 떠난 이들이다. 반지 원정대의 프로도처럼 반지를 쥐고 여행에 나섰던 주인공처럼, 전수진은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떠나왔다. 군대를 마치고 온 경상도 형들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행 온 누나들 외에 유일하게 E만 여행의 목적을 말하지 않았다. E가 은혜라는 이름으로 불린 순간 독자들은 알아차릴 것이다. 여행의 목적이란 다르지 않다고.
계속 쓰는 것과 계속 쓰지 않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다. 둘 사이를 오가는 것. 움직였다가 멈추는 것. 떠난 자리로 돌아오는 것. 여행에 관한 기록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알게 되는 것은 말하자면 여행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여행만이 가치 있다. 여행만이 존재한다. 다른 것은 없다. (13페이지)
아마도 여행을 못 가서 인가보다. 여행에 관한 TV 프로그램, 여행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에 관한 설렘, 낯선 장소의 두려움과 긴장감, 그곳에서 일어난 소소한 에피소드가 그리운지도 몰랐다. 같은 곳을 여행해도,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청춘들의 여행이야말로 <비포 선라이즈>같은 여행이 아닐까.
더불어 작가는 세 가지의 패턴으로 진행되는 소설에서 글쓰기에 관한 것들을 말한다. 3인칭 전지적 시점. 여행지에서 노트를 꺼내어 습작의 시간을 갖는 것. 우연히 쓰게 된 소설의 주인공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이름이 같다는 것? 여행이 주는 묘미와 우리가 보았던 영화의 감동이 여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를테면 사람과의 인연 같은 것이다.
액자 소설과 과거, 현재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현재의 일상, 과거의 추억, 습작소설의 모든 것. 습작 소설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순간 새로운 시작점에 서게 된다. 과거의 인연이라고 여겼던 E가 현재의 은혜로 나타나는 순간. 독자는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이것은 연애소설이라고. 다른 사람을 잊기 위해 갔던 여행이 결국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인연이었다는 것. 버렸다고 생각했던 은반지를 점퍼 주머니에서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여행에 관한 기록이다.
하지만 인생에 여행 아닌 것이 존재할 수 있나? (11페이지)
인생이라는 여행지에서 어떤 여행을 하게 될 것인가. 우리가 선택한 여행은 아주 사소하지만, 또 영원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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