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시 일상시화 6
서효인 지음 / 아침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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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시 #서효인 #아침달



 

우리와 같은 층을 공유하는 옆집은 나 보다 15년 이상의 연배를 가진 부부다. 이사 온 지 1년이 넘었는데 마주친 건 고작 10번 정도 되었으려나. 그분들이 움직이는 시간대와 출근 등으로 우리의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저녁 식사 후 산책길에 나서다 산책하고 들어오는 그분들과 마주친 게 몇 번이다. 예전 같으면 이웃사촌이라고 하여 친근한 관계를 유지했다면, 지금은 연배도 다르고 어려운 이웃일 뿐이다. 아마 옆집 어른들도 그렇게 여기지 않으실까.

 



이웃이라는 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 이웃과 시라는 제목이 낯설게 다가온다. 이웃을 바라보는 우리의 민낯이 그대로 보인다고 해야겠다. 드문드문 관찰할 수 있으면서 다소 먼 관계. ‘시와 생활이 서로 건너는 방식을 탐구하는 일상시화 시리즈로 시인 서효인이 이웃을 바라보는 여러 단상들을 추억의 에피소드와 함께 엮은 산문집이다. 주제를 달리하여 쓰는 산문 <아무튼>과 비슷한 시리즈로 보인다. 대신 일상시화 시리즈는 시인이 쓰는 산문이라는 게 다르다. 마치 시를 읽는 듯 간결한 문장이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이다. 아마도 시인의 이름만 보고 구매한 산문일 것이다. 시인의 산문을 읽었었고, 시도 읽었었지만 산문이 더 좋았다. 산문에서 가족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이모네 가족, 할머니,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모들의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한동네에 살면서 서로의 집을 오가고, 각 집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었다. 아마 이모들 이야기를 이 책에서 처음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가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대학교를 다녔다는 게 신기했다. 특히 이모네 가족들과 임자도에 배를 타고 여름휴가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읽고 반가움을 느꼈다. 엄마 산소가 거기 있어 갈 때마다 대광해수욕장에 들러 해변을 거닐다가 오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과거 이십 대 시절, 친구들과 대광해수욕장으로 여름 휴가를 가서 텐트를 빌려 12일 동안 술만 마셨다는 건 안 비밀.

 








한여름의 민어는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참치회나 연어도 좋아하지만, 민어회는 정말 차지고 고소하다. 고추장, 다진 마늘과 참기름을 넣은 고추장 양념이나 소금에 참기름을 넣은 참기름장에 두툼한 회 한 점을 찍어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해마다 가족의 생일이 끼어있는 초여름에서 늦여름까지 민어회를 챙겨 먹는다. 뼈와 무를 넣어 푹 고아 끓인 민어탕은 한여름의 보양식이다. 삼계탕보다 더 자주 먹는 민어회에 관한 이야기를 시인의 산문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익숙한 장소, 추억이 깃든 장소를 책에서 마주하는 그런 마음을 알려나. 막 아는 척 하고 싶고, 반갑다고 말하고 싶은 그 마음을.



 

과거의 기억은 역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이에게 가닿는다. 좋아하는 작가이자 출판인이기에 그가 쓰는 모든 글을 읽고 싶어진다. 작가주의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웃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에 공감하며 마치 내가 느낀 것처럼 해가 되지 않는 이웃이 되고자 노력하는 효과가 있다. 발걸음 소리, 음악 소리, 말소리. 생활소음 이라지만, 아래층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건 기본이란 걸 다시 느낀다.

 



드라마 속 영희를 보며 울었다는 글이 와 닿았다. 나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볼 때, 영희와 영옥에게 이입되어 많이 울었다. 작가가 느끼는 마음은 달랐으리라. 그 감정이 전해져 마음이 아팠다. 드라마를 보고 울고 웃는데, 그건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을 교묘하게 스며들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느꼈던 감정과 기억이 떠올라 큰소리로 엉엉 울게 되는. 그런 마음을 우리는 안다.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글이었다. 누군가의 진심을 읽는다는 건 우리에게도 그 진심이 전해진다. 공감하며 더 좋은 이웃이 되고자 노력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다가 작가님께 질문하고 싶은 게 있다. <거실에게 공을 함부로 튕기던 아이> 글에서 아랫집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은 무엇인가요?’ 너무 궁금하다. 이 글이 작가님에게 가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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