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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도서관
나카지마 교코 지음, 안은미 옮김, 고영란 해설 / 정은문고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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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도서관을 사랑한 이야기는 들어보았어도 도서관이 사랑한 작가들이 있다면 믿겠는가. 다들 반대의 질문을 할지 모르겠다. 도서관이 주체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독서가 중에서 우리가 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고 책이 우리를 선택한다, 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책을 사랑해서, ‘책이 나에게 왔다’, 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독서가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며 도서관을 어정거리는 존재다. 도서관의 책이 내 책이었으면 바라고, 집을 도서관처럼 꾸미는 걸 좋아한다.
나카지마 교코는 도서관을 의인화하여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도서관에 방문한 작가들을 유심히 살피며 책장에 꽂아둔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도서관의 역사를 말한다. 전후 시대 혹은 이전에 도서관이 탄생하는 과정을 누구보다 애틋하게 바라보는 '도서관'을 상상해본다. 전쟁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로 예산이 깎여 도서관 설립이 좌절되거나 장서를 구비 할 수 없었다고. 누구보다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 도서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품어주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도서관이 사랑한 작가들 이야기 외에 다른 한편으로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도서관 취재 기사를 썼던 ‘나’는 우에노공원 벤치에서 한 여성을 만난다. 짧은 머리에 특이한 옷차림을 한 나이 든 ‘기와코’ 라는 여성이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 ‘우에노 도서관 이야기를 써보지 않을래?’라는 말을 듣는다. 이를테면 ‘도서관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기와코는 전쟁 이전에 판자촌에서 오빠들과 살았던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리고 작은 기와코를 가방에 넣어 도서관에 갔다가 지하에서 동물들과 놀았던 이야기를 마치 추억처럼 말하는 것이다. 아마 잠깐 함께 살았던 것 같은데 기억은 또렷하지 않다. 오빠들을 찾고 싶은 마음을 비쳤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엄마와 함께 살았던 이야기들이 마치 창작한 것처럼 여겨진 것도 사실이다. 때로 부모님이 한 이야기를 내가 기억한 것처럼 말하듯, 기와코의 기억은 두서없다.
나카지마 교코의 작품을 읽어본 기억은 없는데 이름은 익숙하다. 이야기를 빚는 솜씨가 뛰어난 작가인 것 같다. 도서관을 의인화하여 도서관의 역사를 바라볼 뿐 아니라,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냉정하다. 양공주와 남창을 편견 없이 소설 속 인물로 배치한 점도 작가가 어떤 사람인가 보이는 듯하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곧다. 선택은 독자가 하는 거지만, 작가의 의도하는 감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소설이다. 가족보다 오히려 더 다정한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또한 인상적이다. 기와코를 기점으로, 기와코의 추억 속 인물을 찾는 과정이 소설 전반에 흐른다. 어린 기와코에게 '작가 이치로를 받아 준 도서관에 관한 일기'를 들려준 오빠는 어떤 인물일까. 상상하는 즐거움이 컸다. 책과 도서관, 도서관을 사랑한 인물들. 가족이 아닌 관계로 엮인 사람들의 면면이 퍽 다정하게 비쳤다.
나는 아저씨의
배낭 속에 쏙 들어가
함께 도서관에
갑니다.
밤이 오면 도서관 사람들은
다들 집으로 돌아가버립니다.
하지만 나와 아저씨는 다릅니다.
밤의 도서관에 그대로 머뭅니다. (228페이지)
기와코 씨가 쓰려던 글은 어떤 소설이었을까. 우류 헤이기치 씨가 쓰고 싶던 소설은 어떤 글이었을까. 자신이 어떻게 쓸지 생각하지 않은 채 요리조리 상상만 하는 시간은 더없이 유쾌했다. (357페이지)
전체적으로 이러한 의문이 소설 전체를 아우른다. 모두 합심하여 기와코 씨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것 같다. 기와코 씨의 존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어린 기와코와 귀환병 오빠는 어떻게 만났을까. 궁금증이 극에 다다를 즈음, 도서관에 귀환병이 찾아오며 소설이 막을 내린다. 소설의 시작점이며 도서관 역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로소 느끼는 안도감 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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