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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집 -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ㅣ 아무튼 시리즈 44
김혜경 지음 / 제철소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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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에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무튼, 술집』도 있다고?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이라는 부제만 보아도 술꾼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 『아무튼, 술집』을 읽으며 술과 술집에 대한 다양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작가를 만든 세계 즉 아무튼 시리즈를 읽는 일은 이처럼 즐거운 일이다. 공감하고 웃으며 새로운 주제를 향한 기웃거림이 계속된다. 명절 전 책이나 몇 권 사볼까 하고 둘러보다가 아무튼 시리즈 중 ‘술집’을 발견했다. 김혼비 작가가 이어서 쓴 건가 싶어 살폈더니 다른 작가의 '술집 이야기'였다.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걸 반영하는 것 같다. 어렸을 적 처음 밥집이었던 술집의 기억부터 작가가 범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글감은 가족사부터 나온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아빠와 관련된 기억을 불러오며 술집 순례가 시작된다.
김혜경은 술집의 이름을 그대로 말한다. 술집의 맛있는 안주부터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마인드까지 자칫 소설처럼 여겨지는 다양한 에피소드에 절로 흥이 났다. 집보다는 주로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김혜경이 결혼하려고 집을 구할 때도 걸어서 갈 수 있는 술집들이 모여 있는 곳, 망원동을 외쳤다고 할 정도다. 소위 단골 술집이라고 하면 술집에 관한 혹은 술버릇에 관한 에피소드 몇 개 정도 있을 터. 다음 날이면 기억이 나지 않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 그때는 많이 취한 거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도 여러 번. 하지만 술 마시는 장소, 혹은 분위기가 좋아 절주를 할지언정 금주는 못하겠다고 외친다.

김혜경의 술집 이야기는 독자를 북적이는 장소로 이끄는 듯하다. 사람들이 모여 있고, 저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장소에 가깝다. 홀로 술을 즐기려 찾은 장소에 김혜경 작가가 있다면 서로 건배하며 술에 관한 역사를 토론할 것만 같다. 술을 마신 다음날이면 친구가 되는 관계가 되어 있을 것 같지 않나. 거침없이 마시고, 낯선 이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술집에 관한 이야기였다.
술 좀 마신다는 사람은, 어쩌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잔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맥주나 소주를 마실 때 종이컵은 절대 용납 못 한다는 사람 여기 있다. 한창 캠핑에 빠져있을 때 유리로 된 소주컵을 가지고 다닌 적도 있었고, 깨지지 않는 스테인리스 컵을 사서 가지고 다녔다. 타 지역으로 여행갈 때 지금도 챙기는 컵이기도 하다. 펜션이나 리조트에 의외로 술잔 없는 경우 많다. 소주는 소주잔, 맥주는 맥주잔, 위스키잔, 와인잔 저마다 용도에 맞게 필요하지 않느냐 말이다.
술집은 잊고 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잊기 위해서 마실 때도 있고, 잊어야 할 만큼 마실 때도 있다. 잊다가 잃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알코올이 다량으로 함유된 보통의 술자리는 어쩔 수 없이 휘발성이다. (중략) 그런 자리를 거듭해본 분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망각은 괜히 선물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모두의 품위 유지를 위해 적당히 흘려보내는 미덕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술자리, 그런 의식 있는 자리들의 집합소가 술집이다. (108페이지)
김혜경은 광고회사에 다니는 회사원, 팟캐스트 ‘시시알콜’에서 김풍문이라는 이름의 진행자다. ‘시시알콜’은 술 마시며 시를 읽는 팟캐스트다. 언젠가 외로울 때 혼술하며 들어보고 싶다. 집에 가듯 술집에 간다는 김혜경을 보며 ‘인생 참 재미있게 사는구나’ 여겼다. 내친김에 시시알콜을 켰더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대낮에 들으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술 마시며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금요일을 애타게 기다린다. 바로 술의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평일이 끝나는 금요일 이른 저녁부터 어떤 안주에 어떤 술을 마실까 생각하며 즐거워한다. 소주 약간을 맥주컵에 붓고, 맥주를 3분의 1 정도만 채운 소맥 첫 잔은 짜릿하다. 소맥 서너 잔을 마신 후 소주를 주로 마시는데 금요일을 그리워하는 기분을 알까. 맥주, 소주, 위스키, 브랜디, 와인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즐기는 술꾼들의 파티는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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