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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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를 여행하면 방문하는 장소에 어김없이 우체통이 있다. 이번에는 포항이었다. 호미곶과 일본인 가옥 거리에 갔을 때도 있었다. 지난 3월 대구 여행에서 김광석 거리를 걸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엽서를 골라 탁자에 앉아 1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시간이 지난 후 받아본 편지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점점 짧아진다. 미래의 나에게 쓴 편지는 훗날 부끄럽지 않게 단문으로 쓴다. 편지라는 매개체는 느리게 전하는 메시지다. 어떤 편지는 1년이 걸리고, 어떤 편지는 6개월이다. 가장 짧은 건 2~3일의 기간이다. 지금도 개인 간 손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손편지를 받아본 지도 오래되었다. 그래서 백승연의 소설이 좋았다. 아날로그적 감성 때문이었다.

 



실제로 서울에 존재하는 편지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출간된 후, 마치 추억에 잠기듯 책을 읽었다. 편지가게 글월에서는 영화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편지로 전하는 언니의 마음이 힘들어서 그것을 피해 서울로 도망친 효영이 주인공이었다. 대학 동기 선호의 권유로 편지가게 글월에서 일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편지가게 글월의 맞은편 연화아파트에 사는 영광과 효영의 사랑이 시작되는 시점에 소설이 끝나 아쉬웠었다. 이 작품의 후속작 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는 효영이 영광과 짧은 사랑을 하고 헤어진 후 편지가게 글월성수점 매니저가 되어 글월을 이끌어가는 효영이 다시 돌아온 영광과 마주치며 소설이 시작된다.

 





후속작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나온다. 영광과 라이벌이 될 인물로 동규가 등장한 것이다. 동규는 효영이 영화 커뮤니티에서 만나 친했던 인물로 파혼 뒤 요리를 배워 레스토랑을 열었다. 글월 성수점에 왔다가 펜팔을 시작하는 인물이다. 효영과 러닝메이트로 지내는데 누가 봐도 효영에게 마음이 있는 듯하다. 아주 늦게야 그 마음을 깨닫게 된다. 효영을 사이에 두고 동규는 영광이 신경 쓰이고, 영광은 동규의 존재가 부담스럽다. 질투에 가깝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렇듯 불현듯 깨닫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낸다. 용기를 낸 자만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마음을 드러내야 한다.

 



전작이 연희동을 배경으로 했다면, 후속작은 성수동을 배경으로 했다. 패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장소에서 사랑이야말로 느리게 걷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편지는 실제 연애편지를 공모받아 몇 편을 실었다.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설렘이 고스란히 드러난 글이었다. 성수동을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있는 낭만적인 장소로 탈바꿈한 것 같다.



 

사랑은 가만가만히 다가와 스며드는가 보다. 사랑이 희미해졌을 때조차 처음 설렘을 느꼈던 때를 떠올리고 흐뭇해하지 않나. 지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한 번씩 꺼내 보는 편지와도 같은 것. 서간집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마음의 표현이기에 상대방의 마음이 너무도 궁금한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까. 그것들이 궁금해 자꾸 읽게 된다.



 

책 뒤편에는 공모한 편지 사본과 편지가게 글월을 찍은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예쁜 편지지를 골랐을 그 마음이 먼저 엿보인다. 고심하며 썼을 시간의 흔적이 보였고, 꾹꾹 눌러쓴 글씨에서 편지를 쓴 순간이 박제되어 있는 듯했다. 편지는 결국 나를 내보이는 것. 아는 사람에게는 하지 못할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할 수 있는 게 편지가 가진 역할이다.



 

만약 편지가게 글월이 주변에 있다면 과거 펜팔을 했던 경험을 살려 누군가와 편지를 나눌 것만 같다. 내 편지를 받을 누군가를 상상하며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고 손꼽아 답장을 기다리는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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