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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사회 - 휴머니티는 커피로 흐른다
이명신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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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커피로 시작한다. 종이필터를 드리퍼에 끼우고 물을 적신다.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아 드리퍼에 채운다. 석 잔의 커피를 내린다. 한 잔 분의 커피는 거의 에스프레소 상태로 텀블러에 담고, 머그잔 두 개에 커피를 담아 뜨거운 물을 붓는다. 아들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며 출근 전 약간의 담소를 나누는데, 신랑은 역시 약간의 질투를 한다. 하루의 루틴이다. 주말엔 이 주마다 생두를 볶는다. 몇 번의 실패를 거친 후 내가 원하는 상태로 로스팅할 수 있게 되었다. 원두 가격이 오르기도 했고, 내가 원하는 산미 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다.
커피를 좋아해 커피 관련 책을 찾아 읽는다. 업무가 바쁜 와중에도 『커피사회』를 읽기로 한 건 커피를 좋아해서다. 커피에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커피로 연결되는 우리 사회에 공감하고, 작가의 시선에 따라 우리의 시야를 넓힐 계기로 삼고 싶었다. 들어가는 글에서 말했다시피 이 책은 커피가 가진 사회 문화적 기능과 의미에 집중했다. 다양한 커피를 통해 연결되는 환대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었다. 커피의 역사와 산지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커피로 이어지는 사람과의 관계와 그에 따른 음악과 문화의 따뜻하고 깊은 시선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을 펼치면 커피를 만드는 방법이 나온다. 더블 에스프레소 2샷과 원두의 양, 추출 시간, 추출량을 보여주었다. 커피와 책, 커피와 음악은 마치 한 몸 같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랄까. 그래서인지 음악까지 선별해 수록했다. <나의 아저씨>의 지안(아이유)에게 믹스커피는 살려고 마시는 커피였다는 이야기는 커피가 가진 문화를 말한다. 십센치(10CM)의 ‘아메리카노’를 들었던 날이 떠오른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뮤지션이 노래를 하는데 도대체 뭐라고 하는지 처음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메리카노라는 걸 알고 재미있어 한동안 좋아했던 노래다. 그야말로 커피와 어울리는 노래가 아닌가. 가사를 보라. ‘아메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라고 외친다. 스무 번의 ‘아메’를 외치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부르는 노래다. 후크송의 예시다.
셀피 커피에 관한 글을 어디선가 접한 적이 있다. 얼굴이 새겨진 커피라니 어쩐지 어색할 거 같다. 블랙 외에 라테나 카페오레 등을 마시지 않아 마실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마시게 되지 않을까. 커피와 3D 프린터의 만남 또한 다른 문화를 나타낸다. 솔직히 말하면, 세상에 맛있다는 커피는 한 번쯤 마셔보고 싶다. 루왁 커피도 그중 하나다. 워낙 비싸기도 하고 구하기도 힘들어 마셔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TV에서 루왁 커피를 만들기 위해 사향 고양이를 우리에 가둬 키우며 학대한다는 기사를 읽고는 그 기대를 접었다. 더불어 사는 지구에서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 작가의 말처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 글을 읽은 후 TV를 켰다가 책에서 언급한 <나의 해방일지>를 방영하는 걸 보고 넋 놓고 보고 있었다. 다시 봐도 명작이다. 이 작품은 환대에 대하여 말한다. 추앙과 환대에 대한 대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염미정이 염창희와 엄마, 아빠와 함께 밭에서 일하고 있을 때 미정이 썼던 모자가 강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왼쪽으로 돌까, 오른쪽으로 돌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구 씨는 건너편의 모자를 위해 점점 뒤로 가더니 단 한 번에 날았다. 날았다고밖에 표현하지 못할 장면에 다시 감탄했다. 멋졌다. 환대의 마음을 나누기에 커피만한 게 없다고 표현했다. 한동안 반가운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밥 한번 먹자.’고 했다면 지금은 ‘커피 한잔 하자.’라고 하지 않나. 각자 취향에 맞는 커피를 주문하고 무심했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커피 한잔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의 힘은 인간관계에 큰 힘을 발휘한다. 어색하게 시작했던 사이라도 커피타임을 보내고 나면 괜찮은 친구가 된다. (170페이지)
기후 위기 때문에 커피 생산량이 줄고 있다고 한다. 원두 가격이 인상되었고, 훗날 먼 미래에는 커피를 마시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커피가 좋다. 오늘 아침도 커피를 내려 약간의 담소를 나눌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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