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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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데 어쩐지 읽었던 것 같았다. 권은과 인터뷰, 사진작가 그리고 스노우볼과 카메라라는 단어의 조합이 익숙했다. 어쩌면 어떤 소설의 확장판이 아닐까. 블로그를 뒤졌더니 단편 빛의 호위였다. 작은 빛이 모이는 순간들을 그렸던 소설이 더 많은 빛으로 가득했다. 사람을 살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다.

 



눈을 내리는 장면을 본 승준이 권은의 인터뷰 장면을 떠올리며 소설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제가 알았던 사람이란 것을 몰랐지만 우연히 알게 되며 애틋함을 느낀다. 과거 권은의 집에 찾아갔던 순간,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다주며 급기야 아버지의 카메라까지 권은에게 주었던 장면을 떠올린다. 그 카메라 때문에 권은은 사진작가가 되었다. 카메라에 잡힌 사람을 찍으며 사람을 살리는 사진을 찍을 것이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잊히지 않게 하는 사진을 찍겠다고 다짐했다.

 






권은이 블로그에서 반장을 향해 편지를 쓴다는 걸 알게 된 승준은 블로그 안부게시판에 소식을 전한다. 권은이 승준의 딸 지유에게 쓰는 편지는 삶의 연대를 보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과정을 나타낸다. 여성의 연대를 말한다. 나스차의 인터뷰를 반대했던 승준의 아내 민영의 감정 변화는 감동이다. 더불어 살마를 받아들이는 애나와 나스차를 런던으로 불러들이는 살마의 행동은 배려와 다정함에서 온다. 난민이었던 인물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안정을 되찾아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새로운 삶을 산 사람이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 이렇다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가 형성되고 그 모든 것들은 또 다른 희망으로 향한다.

 



소설의 주제는 전쟁으로 인한 연대와 희망 그리고 삶이다. 살아있다는 것이야말로 희망이며 빛이다. 작은 빛들이 모여 삶을 향한 희망을 나타낸다. 빛의 호위가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의 시작이었다면 빛과 멜로디는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가 좀 더 확장된 스토리다. 승준이 나스차를 인터뷰하게 된 이유도 그가 임신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승준에게 일어난 변화였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던 민영의 바람 또한 나스차의 임신 소식을 듣고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반장,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 뭔지 알아?

그녀가 물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어.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일일이라고. (120페이지)

 

사람을 살리는 사진을 찍고 싶으니까요. 죽음만을 생각하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잊히지 않게 하는 사진을 찍는 거. 그게 내가 사는 이유예요. (128페이지)



 

권은이 애나 앤더슨을 만나게 된 이유도 그가 사진가 게리 앤더슨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고문 때문이었다. 오빠의 사진에 관한 기고문을 읽은 애나는 권은을 초대해 아버지와 오빠의 불화 그리고 그런 상처를 지닌 아버지를 사진에 담는 일을 맡겼다. 권은은 난민캠프에서 살마를 만나 사진으로 이끌어 그를 살렸다. 살마는 승준이 인터뷰했던 나스차를 돕기로 한다. 사람을 살리는 이 모든 행동이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졌다.



 

민영은 순간 삶이라는 높은 대지에 손가락 하나를 걸치고는 힘껏 매달려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유가 민영을 붙들었다. 삶이 바로 이곳에 있다는 말을 대신하며, 우리가 함께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듯‥‥‥ (215페이지)

 



전쟁의 상흔을 가진 사람들은 세계를 떠돈다. 어떤 장소에 정착하여도 다시 돌아갈 곳이 없다고 여기는 순간 쓸쓸하고 외롭다. 그 공간을 사람으로 채운다.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며 작은 빛이 모여 큰 빛이 되는 과정을 나타낸 소설이었다. 연대와 환대가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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