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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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카뮈 #녹색광선

 

살면서 내가 계엄령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엄령을 내렸던 이의 탄핵을 바라보는 초유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독재를 꿈꾸는 지도자가 존재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퇴근하면 침대에 누워 책을 읽던 일상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보지 않던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를 보며 세상에, 이런 일이~!’란 말을 반복했다. 자유롭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자각했다.



 

그래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읽고 싶었다. 소설인지 희곡인지 알지 못했고, 알베르 카뮈의 책이라는 것만 알았다. 책을 읽으려고 펼쳐보니 희곡이었다. 이방인에 이어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찬사를 받은 페스트이후에 발표된 작품이다. 프랑스의 배우이자 연극연출가인 장루이 바로의 연출을 위한 초안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결과물이다.





 

에스파냐의 카디스에 혜성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카디스에 저주가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 뒤 독재자 페스트가 비서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총독은 카디스를 페스트와 비서에게 이양하고 도망쳤다. 즉 카디스를 버렸다. 비서는 페스트의 명령에 따라 인간들을 선별하여 가슴에 표식을 남겼다. 표식 하나는 의심자, 둘이면 감염자, 셋은 말살자다. 표식은 페스트이며, 곧 죽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페스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감시 대상이며 사랑같은 건 입 밖에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카디스는 혼란에 빠졌다.



 

디에고와 빅토리아는 사랑하는 사이이며 판사인 빅토리아 아버지에게 결혼 허락을 받았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비서에게 말했다가 겨드랑이 밑에 표식을 받았다. 술주정뱅이 나다는 그들의 부름에 사람들을 선별하는 업무를 부여받았다.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느냐 말이다. 그러나 디에고는 표식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페스트라는 독재자는 공포를 극복한 사람에게 나타난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혼란스럽고 두려운 도시에도 한 줄기 빛이 보였다.

 



비상계엄령이 발표되자 사람들은 국회로 달려갔다.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계엄령 해제를 의결하기 위한 표결에 참여했다. 그리고 탄핵 결과만을 앞둔 이때 계엄령은 얼마나 적절한 책이냐 말이다. 계엄령은 용기를 북돋는다. 용기를 잃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끊임없이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다. 국회 앞, 헌법재판소를 지키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적극적으로 나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위해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현재 상황에 대한 희망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할 수 있는 용기, 물러서지 않는 저항정신이 우리 민주주의를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을 뒤엎으려 하는 자가 있었고, 그를 옹호하는 세력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다.

 



카뮈의 계엄령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책이다. ‘전체주의 억압에 관한 극적인 은유에 가깝다.’라고 했다. 에스파냐 내전을 재현하는 듯한 상황과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가 이를 가리킨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래의 문장에 나타나 있다.

 



그러니까, 결함이 있다고요. 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 체계의 결함이란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공포를 극복하고 저항하기만 해도 삐걱대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체계가 멈춰 버린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럴 수는 없죠. 하지만 어쨌든, 삐걱거린다는 거죠. 때때로 작동이 완전히 정지될 수도 있는 거고요. (131페이지)

 



체제에 순응하고 살기보다는 공포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정의이며 살아갈 힘이다. 지금의 현실과 너무 닮아있지 않은가. 페스트라는 독재자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그를 따르는 자들의 행태와도 비슷하다. 이러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현재에 꼭 읽어야 할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 가벼운 바닷바람이 불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것이다. 그게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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