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더 귀하다 - 아픔의 최전선에서 어느 소방관이 마주한 것들
백경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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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삶을 들여다보지 않을까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시선으로 바라본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건조한 문체에 가까운 글은 죽음 앞에선 사람들을 바라보는 소방관의 고뇌와 아픔을 말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방관은 불을 끄는 의인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불을 끄기 위해 앞장서고, 사람을 살리다가 순직한 직업이 소방관이다.

 

일선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는 저자는 수많은 출동에서 가난과 죽음의 그림자를 맞닥뜨렸다. 구급대원이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나의 직업이려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얼마 전에 호수를 산책하려고 나섰다가 함께한 지인 중에 한 분이 언 땅에 미끄러져 발이 접질린 적이 있었다. 119 구급대가 출동하여 그분을 모시고 간 후 마음이 좋지 않았었는데 실제로 그 상황에 있는 대원들은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사고가 접수된 후 신속하게 출동하거나 병원으로 달려가며 심폐소생술을 하는 그 모든 과정이 사람을 살리기 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앞서 글이 건조하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을 마주한다는 건 저절로 냉정해지는지도 모른다. 구급대원을 부르는 사람이 가난한 이들이 대부분이란 게 안타까웠다. 폭력이 두려운 사람들, 술 취한 사람들의 가족조차 무심하다는 건 그런 일들이 수없이 일어났다는 거다. 매일 여러 건을 마주하다 보면 감정이란 게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소방관들의 자살률이 순직률보다 높다는 기사가 이를 대변해준다. 저자의 글에서 반가웠던 에피소드는 그가 달리기를 한다는 거였다. 상처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거 같았다. 달리고 나면 고통에서 조금은 잊을 수 있겠다 싶었다. 트라우마를 이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지 않겠나. 글을 쓰므로써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조금쯤은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구급차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출동한다. 간발의 차로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간다. 그 안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소방관과 구급대원의 노고가 크다는 것을 이 책으로 인해 더 상세히 알았다. 물론 트라우마로 고통받는다는 것도. 우리 주변의 고통과 안위에 대하여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반성했다. 고통받고 외면당한 사람들, 가난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마주하는 모든 죽음에 눈을 빼앗기면 마음이 남아나질 못한다. 그래서 출동부터 귀소까지 머릿속에 주문처럼 뇐다.

내 가족 아니고 내 친구 아니다. 그게 룰이다. (71~72페이지)

 

마음이 남아나지 못한다는 글이 못내 안타깝다. 안타깝다 못해 슬프다. 죽음을 대면하다 보면 무너지는가 보다. 그게 당연한데 너무 몰랐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 우리들의 미래가 아니라고 하지 못하겠다. 늙어 병들고 자식들이 떠난 집에서 홀로 삶과 죽음의 사투를 벌이는 일이 많을 것이다. 도움을 요청했을 때 달려와주는 구급대원이 고마울 것이며, 어떤 이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당연해서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 버리는. 그런 사태는 만들지 말아야겠다.

 

죽음을 조롱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말이 목에 가시처럼 붙어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그들의 노고에 항상 감사해야 할 거 같다. 많은 부분 공감했고, 너무 슬펐다. 저자가 외치는 소리를 외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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