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연애로 시작하여 다양한 경험을 하며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영국 사회의 남과 여의 위상과 결혼에 대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반면 조지 엘리엇이 그린 결혼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다룬다. 다양한 관계만큼 다양한 삶을 지나온 이의 감정이 녹아들어 관계의 다양성을 엿보게 했다.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책에서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보고는 언젠가는 꼭 읽어야 하는 작품으로 꼽아두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작품인 만큼 기대가 컸으나 방대한 양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책이기도 하다. 처음 구매해 작정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일 년이 다 되어간 시점에 다시 꺼내든 책이다. 어떻게든 끝을 보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달까.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제 맛이니까.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생각에 가까워지게 될 테니 말이다


 

이를테면 결혼의 허상을 말하는 작품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재와 다르지 않다. 거창한 꿈을 가지고 시작한 결혼에서 그저 이상일 뿐임을 깨닫는 일. 그때부터 삶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19세기의 영국, 평범한 사람들의 결혼 풍속과 선거법 개정, 종교 문제 등을 말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중요한 인물은 도러시아 브룩과 캐소본,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 메리와 프레드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다. 도러시아는 성녀 카타리나에 비견할 정도로 신앙심이 두텁고 남다른 지적 성취감이 뛰어난 인물로, 자기보다 스물일곱 살이나 차이가 나는 캐소본 목사와 결혼해 그 뜻을 이루고자 한다. 캐소본은 도러시아 생각했던 것처럼 연구 성적이 뛰어나지도 않았을뿐더러 도러시아를 조수로 이용할 뿐, 그녀의 지적 능력은 전혀 생각지 않는 편협한 남자였다. 도러시아와 윌 래디슬로가 가깝게 지내자 그것을 염려해 도러시아와 윌이 재혼할 경우 유산을 받지 못하도록 유언장을 작성했다.

 


미들마치에 새로 정착한 터시어스 리드게이트는 파리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의학의 발전뿐 아니라 과학적 탐구를 위해 불합리한 관행에 저항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왔다. 다른 의사들이 사용하지 않은 청진기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이상을 채워줄 로저먼드와 결혼했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 좌절했다. 로저먼드가 리드게이트와 결혼한 이유는 그의 준남작의 조카라는 지위 때문이었으며 사치품을 들이는 등 리드게이트의 빚을 더할 뿐이다. 상상해 보라. 리드게이트가 로저먼드와 마주 앉아 가구를 저당 잡히지 않기 위해 접시 등을 다시 돌려주자고 말하는 장면을. 만약 우리가 빚을 독촉받는다면, 리드게이트처럼 배우자를 달래 돈을 절약하자고 말하지 않겠나.

 


이 작품에서 가장 현명한 인물은 바로 메리였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프레드를 좋아했다. 프레드는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나 목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친척의 유산만을 기대해 빚을 졌다. 프레드가 목사가 될 인물은 못 된다는 것을 알고 그가 목사직을 받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프레드는 케일럽을 도와 땀 흘리며 일했을 때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어떤 일을 해야 즐거운지를 깨달았단 것이다.


 

나는 당신이 필요하니까. 당신은 세계를 일주하고 이제 우리 사이에 정착하러 온 여행자와 같고, 그러므로 대척점에 관한 내 믿음을 고무해 줄 거요. (1, 300페이지)

 


모든 것이 새로운 면모를 띠었다. 남편의 행동, 남편에 대한 순종적 감정, 둘 사이의 온갖 갈등, 더 나아가 윌 래디슬로와 자신의 모든 관계가. 그녀의 세계는 경련을 일으키며 변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바는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2, 107~108페이지)


 

아마도 많은 독자는 미들마치의 방대한 양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 상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데,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보니 좀 두꺼울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러시아를 사랑하나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 주변에서 머무는 윌 래디슬로는 좀 답답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상속되어야 할 유산을 가로챈 불스트로드 씨의 불합리한 행동과 이후에 일어날 일들마저도 세세하게 표현하여 작가가 생각하는 결혼의 허상과 영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인물상을 그렸다.


 

자신이 죽은 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재혼하는 것을 막고자 유언장을 남기는 것 또한 얼마나 편협한가 말이다. 결혼은 연애의 다음 단계가 아닌 현실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결혼에 대한 기대,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지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결혼이 허상이 되지 않게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가장 자유로울 때 비로소 내 삶은 나를 향해 열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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