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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임진평.고희은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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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과거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나이가 든 탓일까. 언젠가 어른들이 ‘나이 먹으면 추억으로 산다’더니, 틀린 게 없는 거 같다. 연이어 음악 관련 책을 읽었다. 하나는 ‘노래’에 관한 에세이, 하나는 음악 소설. 음악 영화를 보듯 주인공이 운영하는 ‘이상한 LP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에피소드가 한 회, 한 회 거듭되는 영화나 드라마 같았다. 소설 속 LP 음반에 담긴 노래들을 계속 흥얼거리게 됐다. 이십 대 시절, 어딘가에서 들었던 LP 음반을 사기 위해 거리를 헤맸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거나 구입한 LP 음반이 꽤 됐다. 텃밭 정원에 가져다 두고, 새로 구매한 턴테이블로 아주 가끔 듣는다. 바늘을 올려두고 음반이 돌아가는 모양을 보며 추억에 젖는다. 그때 우리가 사랑했던 노래와 함께 들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나는 처음 이 소설이 LP 음반과 그에 관한 음악 에세이인 줄로 알았다. 그러니까 전국의 숨은 LP가게를 찾아다니는 내용이라고 여겼던 거다. 소설이라고 해서 더 궁금했다. LP 음반에 얽힌 사연들이 우리를 음악 속으로 이끌었다. 소설은 다소 어두운 내용으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음악 때문에 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빠가 들려주던 음악과 아빠가 남긴 6천 여장의 LP 음반을 팔고 죽어야겠다며 서울의 외딴 풍진동에 2개월짜리 월세를 계약해 ‘이상한 LP가게’를 연 정원과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다. 친구가 없거나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들, 타인의 시선이 괴로운 사람들이 모여 마치 가족을 이루듯 서로 연대하는 이야기다.
정원은 처음 가게를 열고 포스트잇에 음반을 들으며 느꼈던 감상을 붙였다. 이 에피소드는 어느 책방 사장이 읽었던 감상을 포스트잇에 남겼던 에피소드와 비슷하다. 나 같아도 책이나 음반 가게에 들렀을 때 주인이 적어놓은 감상을 읽으면 그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듣는 음악은 그 사람을 이루는 감정의 실체와 닮아있다. 슬플 때 듣는 음악, 사랑에 빠졌을 때 듣는 음악, 위로가 필요한 상황 혹은 상처받은 사람이 듣고 싶은 치유의 음악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다양한 음악이 소개되는데, 영화 <위대한 쇼맨>의 「디스 이즈 미 This is Me」는 나도 좋아하는 노래다. 이 책을 읽고 영상과 함께 음악을 듣는데 영화의 장면들과 함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더불어 「Rewrite The Stars」와 연달아 들었다. 상처받았을 때 힘이 되어주는 음악이며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동생 정안만이 삶의 전부였던 정원에게 친구들이 생겼다. ‘이상한 LP가게’때문이었다. 죽음을 유보한 중고 LP가게가 누군가에 의해 알려지고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의 LP와 정원이 모은 LP 6312장의 앨범만 팔고 다 끝내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중고 LP를 기증하고 팔기도 했다. 이후 정원의 삶은 달라졌다. 그를 지탱하고 살아갈 힘을 준 이들은 이상한 LP가게에 들어와 청음 코너에서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이었다. 열한 살 시우부터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미래와 불량품이라고 불렸던 다림은 차별에 맞서 싸우고, 육십 대의 원석은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이상한 LP가게에 들어왔다. 말이 없는 주인의 상처를 알아보고 말없이 위로해주는 사람들이었다.
혹시 친구가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달라질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그래서 정원은 친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은 ‘아쉬운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252~253페이지)
친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정원이 있었다. 타인 앞에 서서 강연을 하고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음악이 서로를 끈끈하게 이어주었다. 마치 하나의 원처럼 서로 연결되어있었다. 피로 연결된 가족이 아니어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고 일컬었다.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거. 정원에게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 만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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