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디 에센셜 The essential 1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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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한강고통으로 일그러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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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한국에서 특별한 해다. 해마다 10월이 되면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관심을 두고 지켜본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즈음에 투표를 하게 되는데 이번 명단에서 우리나라 한강 작가의 이름이 보이길래 간절한 마음으로 투표했었다. 그리고 노벨문학상 발표 소식에 우리나라 문학계와 문학 독자들은 축제를 경험하였다. 마치 큰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다가오는구나. 내가 살아있을 적에 동시대의 작가가 수상했다는 건 분명 감동할 만한 일이다. 내가 읽은 한강 작가의 책 외에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문학동네에서 나온 디 에센셜 한강을 골랐다. 장편 희랍어 시간과 단편 두 편, 시와 산문이 수록되어있어 한강의 작품 세계가 망라되어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사어에 가까운 희랍어를 배우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희랍어 시간은 언어가 가진 역할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말을 잃은 여자가 희랍어를 배우고, 눈을 잃어가는 남자가 희랍어 강사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대화 혹은 쓰임 때문이라고 여겼다. 학문적으로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드는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말을 잃은 여자가 입 밖으로 내어 말하지 못할 텐데도 여자는 희랍어 강의에 꼬박꼬박 나온다.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여자를 지켜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희랍어 강의가 이루어지는 아카데미 외에 각자가 가진 기억들은 모두 고통이다.

 

여자는 아이의 양육권을 잃고 홀로 지낸다. 말을 잃은 여자는 하던 일을 멈출 수밖에 없어 아이를 되찾아올 경제적 상황마저 좋지 않다. 그녀가 희랍어를 배우는 건 낯선 언어 때문에 잃었던 말을 되찾았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희랍어를 배우는 작업은 언어를 되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필름 조각을 통해 해를 바라보는 아이의 행동을 배웠던 남자는 독일에서의 기억과 잃어가는 시력으로 고통스럽다.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

단어들이 보도블록에,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에, 검은 웅덩이에 떨어진다. 튀어오른다. (195페이지, 희랍어 시간중에서)

 

침묵은 언어를 향한다. 언어가 침묵을 향해 나아간다. 침묵은 또 하나의 소통일 수도 있다. 손바닥에 써 내려간 글자들이 춤을 추지만, 그 춤은 희망으로 향하는 것만 같다. 말을 잃은 여자가 언어를 향해 달려가고, 눈을 잃은 남자는 언어를 통해 침묵으로 향한다. 그들에게 있어 침묵은 어떤 간절함이다. 말을 하겠다는 것.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것을 기억하겠다는 것. 가끔 눈이 부옇게 되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꿈을 꾼다. 답답한 상황에서 꿈을 꾸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다만 답답함을 대변하지 않았나 싶다. 꿈을 꾸고 난 아침, 내가 눈을 뜨고 있다는 것.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어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중 가장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역사의 기록도 언어가 있기에 가능했다. 언어를 통해 빛에 가까워지는 순간을 말하는 것 같았다. 2024년 또 하나의 아픈 역사가 재개되었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인가. 한 사람의 잘못된 시각이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촛불의 역사도 언어에 의해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게 된다.

 

디 에센셜 시리즈는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파악하기에 좋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엄선하여 선택한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 산문이 수록되어있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던 한 소녀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에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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