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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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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의 어느 세계를 상상해본다. 또 다른 나의 자아가 있는 세계, 현실은 숨 가쁘게 지나가지만 다른 자아와 동시의 삶을 산다면 그건 어떤 느낌일까. 소설 속 연우처럼 미지의 존재로부터 채집되어 정육면체를 이루는 큐브에 갇혀있다면 진짜 나와 복제된 자아의 나는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지부진한 고3의 생활에서 또 다른 자아는 새로운 삶을 향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이때야말로 우리가 누렸던 현실이 가장 행복했었다고 여기게 되지 않을까.
고3 수험생 연우는 독감 기운이 있어 체육시간에 홀로 교실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어느 순간 푸딩 같은 투명한 물체에 ‘채집되었습니다’라는 글씨가 보이고 투명막으로 된 큐브에 갇혔다. 열이 오르거나 감정이 끌어 오르면 의식이 통제되었다. 배가 고파서 깨어 유부초밥을 꺼내어 먹었다. 그러다 리셋되면 다시 똑같은 유부초밥을 먹어야 했다. 큐브 안에서 보이는 교실의 창문 밖은 푸른 지구가 떠다니고 있었다.
“안정을 위해 항상성 시스템을 작동합니다.” (104페이지)
감정이 통제되는 생활에 적응할 즈음 큐브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쪽 세계에서는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원양어선을 탔던 아버지는 문어 낚싯배 선장이 되어 연우를 살피고, 대학을 포기한 ‘해고니’는 서퍼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연우를 보고 경찰과 주변 사람들은 정신이 나갔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그래도 연우는 현실로 돌아와서 좋았다. 다만 복제된 자아의 젤리 곰은 그의 의식 상태 혹은 신체 상태까지 최적의 조건에 이르게 했다. 예를 들면 집에 에어컨이 고장 났는데 연우는 전혀 덥지 않았고, 바다에 빠졌을 때도 주변에 투명한 막이 생겨 그를 보호했다. 투명한 막 너머에는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또 다른 큐브에 갇힌 듯했다.
‘해고니’에게 좋아한다는 고백까지 한 터라 현실에서 다시 채집되고 싶지 않은 건 당연했다. 연우가 없는 1년 동안 해고니에게도 어떤 사연이 있었던 듯한데,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이쯤 되면, 연우가 큐브 안에 갇힌 게 궁금해진다. 미지의 존재는 왜 그를 채집하였는가. 그가 죽기를 바라지 않아 주변 환경을 그대로 복제해 비슷한 환경을 제공했다. 복제한 자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궁금했다. 그러한 궁금증을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해고니와 연우, 해고니를 좋아하는 나루, 도서관에서 재수를 하던 윤찬의 우정과 연애, 청소년 시기를 지나는 감정들과 성장을 담았다.
다른 소설에서 볼 수 없는 인물들의 특성을 살펴보자. 소설 속 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은 큰 의미가 없다. 서핑이 하고 싶어 서퍼 가게에서 일하는가 하면, 부모님의 식당을 물려받고 싶어 대학을 다니는 중 푸드트럭을 운영하기도 한다. 1년 만에 현실로 돌아온 연우는 원래 수도권 대학에 가려고 했었지만, 대학을 포기하고 해고니 곁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인물로 비친다.
소설의 배경 또한 강원도 바닷가 마을이다. 서울과는 면학 분위기가 다른 건 당연하고 그들 곁에는 푸른 바다가 있다는 거다. 언제든 서핑을 하고 싶어 서퍼 가게를 차린 진호는 눈여겨봐야 할 인물이다. 현재 청년들이 꿈꾸는 인물이 아니던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급여가 보장되는 직장을 과감하게 버리는 청년들이 많다. 소소하지만 진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혀 살지 않겠다는 강한 바람을 담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고는 타인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주변을 둘러보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청소년들이 어떤 미래를 살아갈지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많이 고민했으면 한다. 폭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원하는 작가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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