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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생 김영수와 02년생 이보람의 같은 장소 다른 추억 - 사진으로 떠나는 타임슬립
김찬휘.김형진.정치영 지음 / 인라우드 / 2024년 6월
평점 :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움이 있다. 사진으로 남겨진 자료가 있어 그 시절을 추억하고 지금과 달랐던 시대를 생각해본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자료를 보며 옛것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다. 결국 과거를 안다는 건 미래를 예견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알지 못하고는 현재를 살아갈 수 없다. 과거의 자산이 곧 미래의 자산이라는 건 통념이다.
각기 다른 일을 하며 살았던 세 사람이 모여 자기만의 생각으로 글을 쓴 사진 에세이를 출간했다. 이 책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진집이 1971년에 출간된 『이것이 한국이다』라는 책이다. 그 책에 수록된 사진(故 조성봉 선생의 딸이 무상으로 기증한 사진)과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하며 그 장소에 얽힌 일화를 적었다. 세 명의 저자가 각자의 감성으로 써 내려간 글을 비교하며 같은 듯 다른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50년이 흐른 장소는 과거의 역사를 비춘다. 덕수궁 돌담길은 아름답다. 연인들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말 때문에 연인과 함께 걷기를 주저했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드라마 속 우영우 변호사가 말하길 ‘덕수궁 돌담길 북쪽에 대법원과 가정법원이 있어 이혼을 하려면 덕수궁 돌담길을 건너야 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진과 글을 읽고 한옥과 돌담이 있는 고즈넉한 길을 오랜만에 걸어보고 싶었다.
독도에 가보지 못했다. 입도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가보자고 남편과 약속했다. 독도 촛대바위 사진을 보며 후회했다. 기후 위기가 시작된 요즘 많은 것들이 사라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촛대바위 또한 그러지 않을 거라고 보장 못하지 않겠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본이나 홍콩에 갔을 때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차의 풍경이 꽤 인상적이었다. 서울에서도 전기로 움직이는 노면 전차가 1960년대 중반까지 운행했다. 서울의 자동차와 버스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도로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전차를 교통 방해자로 보고 사업을 중단했다. 전차는 반세기 넘게 방치되어있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야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전차만의 멋스러움이 드러나는데 우리나라에도 전차가 있다면 꽤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오래전에 친구를 만나러 주말마다 서울로 향했다. 서울역을 나서면 늘어선 공중전화 박스가 인상적이었으며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 지하철로 향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이 많았다. 광화문 광장의 변화는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보러 가서 느꼈던 감동에 가슴이 벅찼다. 고려인들의 염원이 변함없이 같은 장소에서 그대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저작권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타인의 모든 컨텐츠는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저자들이 속해있는 셀수스협동조합은 이 모든 사진을 무료로 가져다 사용할 수 있다. 사진작가 조성봉의 사진 또한 무상으로 기증했기에 지금의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과거의 사진을 같은 구도로 재현한 현재의 사진을 비교해가며 읽는 즐거움이 크다. 잊히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과거의 역사와 써 나가야 할 역사는 다를 수밖에 없다. 보존되어 미래의 자손들에게 전해질 때까지 누군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이 그렇다. 오래도록 간직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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