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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ㅣ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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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강윤슬은 1993년 중학생인 엄마의 삶으로, 마흔네 살 최수일은 2023년 중학생인 딸의 삶으로 바뀌었다. 서로를 체험한다는 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주일간의 삶을 경험하며 비로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최수일은 과거 일주일간의 기억이 없었으며, 누군가 써놓은 노트의 메모에서 힘을 얻곤 했었다.
이런 이야기는 일본소설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아빠와 딸의 7일간』과 비슷한 포맷이다. 다만 그 소설에서는 열일곱 살 딸과 아버지의 몸이 바뀌었던 내용이고, 조남주의 소설은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엄마는 딸을 이해하고, 딸은 과거의 엄마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사춘기 소녀를 키워본 엄마라면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를 돌리는 장난감 시계가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 사랑하지만 사랑한다는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잔소리만 가득한 엄마에서 딸의 입장이 된다면 지금보다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엄마는 왜 그럴까?’ 이런 말이 줄어들지 않을까.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 다 알지 못하는 친구 관계, 학교생활을 경험하며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윤슬은 1993년으로 돌아가 최수일이 되었다. 그 시절, 수학 시간에 점수 떨어진 만큼 매를 맞았다니. 오래전 시험 못 봤다고 선생님에게 매 맞던 기억이 떠올랐다. 선생님이 손바닥을 때리려고 몽둥이를 내리쳤는데 무서워서 손을 뒤로 빼는 장면을 보고 얼마나 웃음이 났는지 모른다. 현재의 윤슬은 이 광경이 폭력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전교 등수를 벽보에 붙여놓았던 일 또한 ‘나’ 때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 아이들은 절대 이해 불가일 것이다. 윤슬은 지금의 시선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엄마인 최수일이 문제다. 윤슬의 축제 날 아이돌 커버댄스를 하기로 했다는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윤슬의 친구들은 엄마처럼 이야기한다고 놀리고, 커버댄스가 처음인 수일은 놀림감이 되지 않게 연습에 매진한다. 만약 나였더라도 열심히 연습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면 딸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윤슬의 친구들과 대화하며 윤슬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건 아닌 것 같아. 미래의 일 덕분에 과거가 다시 이해되기도 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선택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사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고 있지. (113페이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지 못했던 모녀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서로의 마음을 몰랐던 관계에서 여전히 지금이 좋은 관계로 변화한다. 사랑하는 가족이어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괜찮다. 사춘기 소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와 딸이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마주치기만 해도 싸우는 관계라면 더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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