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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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삶의 다른 모습들이다. 다양한 소설에서 삶의 형태를 마주하고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우리가 느끼는 모습과 다른 새로움을 배운다. 소설은 작가의 경험을 나타내기도 하고, 경험과는 상관없는 상상력의 산물만으로 쓰기도 한다.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을 쓰는 일. 소설이 가진 힘이다.


 

여덟 편의 소설은 마치 한 편의 장편처럼 이어졌다가 달랐다가 비슷했다. 작가가 지향하는 방향에 가까워졌다고 해야겠다. 아이와 이십 대 청년, 사십 대의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미래의 삶을 예견해볼 수 있다. 기후 위기의 피해와 전쟁, 은퇴,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들이었다.

 





쓰게 될 것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보는데, 폭탄이 떨어지는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혼자 남아 있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할머니의 죽음을 흙처럼 작아져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전쟁은 끝이 없다.’는 문장이 있다. 이거야말로 현재와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두려웠다. 문장 하나에도 우리는 현재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살아야 한다면 사는 게 낫다.’ 무의미한 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매일 밤 삶을 선택한다. 할머니에게도 총이 있었을까? 전쟁을 세 번이나 겪는 동안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전쟁 속에서도 서로를 돕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나의 신이었다. 그리고 나의 신에게 폭탄을 떨어뜨리던 사람들. 자주 상상한다. 누군가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상황을. 내가 죽어야만 누군가가 살 수 있는 상황을. 새벽마다 거울 앞에서 연습한다. 거울 속의 나는 나를 겨눈다. (39페이지, 쓰게 될 것중에서)


 

디너코스는 회갑을 맞이한 가족이 나온다. 이십 대의 오나영, 대학생 오민영, 명예퇴직한 아버지 오석진, 출판일을 그만두고 도배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은근한 보람을 느끼는 어머니 김영선이 대화한다.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달랐던 식당 선택에서부터 친구 건물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바리스타로 일하겠다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각자의 말은 우리 현실을 대변한다. 돈 때문에 비혼을 선택한 오나영은 부모의 경제적 상황에 모르는 편을 택했다. 가족일수록 더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들의 생각을 다 알고 있다고 여기나 가까운 관계이기에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 거다.


 

ㅊㅅㄹ을 보자. 남편을 사랑하지만 부족함을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게 나았다. 어느 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친구인 줄 알고 잘못 보낸 메시지였다. 영어캠프에서 만난 아이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친구에게 하고 있었다. 자기는 유시진이 아니라고, 윤서진이라고 밝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은율은 ‘1’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것같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서야 모르는 사람과 채팅은 위험하다는 말을 보내는데, 서진은 사랑의 사전적 정의를 찾다가 윤서진 사전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게 최진영 사전인 것 같다. 최진영 사전 엽서가 책 속에 수록되어있다. 최진영 작가가 생각하는 사전적 정의는 하나의 선물이었다. 출간하는 책마다 엽서 하나씩 들어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되지 않을까.

 


고집스럽게 남아 있는 기억 속의 과 관련된 이야기 홈 스위트 홈은 엄마와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폐가를 고치며 남은 삶을 살겠다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과 반대로 주인공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낀다. 과거를 기억하듯 미래를 기억할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하는 말에서 짙은 슬픔이 느껴진다. 고통과 두려움을 넘어 슬픔이 가득한 감정들. 엄마는 딸을 이해할 수 없고, 살아갈 날들을 모두 기억할 주인공의 미래는 기억될 수 있을까.

 


때로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보면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치열하게 살 필요도 없으면 목매고 있던 물건 또한 아무 필요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하고 좋아하는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더 좋다.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쓰면 될 일이다. 쓰게 될 모든 이야기에서 우리의 삶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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