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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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시대의 역사는 소설 속에서 새로 탄생한다. 인물 또한 마찬가지다. 역사 속 인물이 상상의 나래를 펴 우리에게 다가온다.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삶에 공감한다. 새로운 면면을 알고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접한다.

 


경성 제일 끽다점 카카듀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카페인 줄 알았다. 소설을 다 읽은 후 작가의 말에서 이경손과 현앨리스가 실제 인물이며 함께 카페를 운영했다고 했다. 역사 소설을 쓰는 일은 자료를 찾는 과정은 말할 필요도 없고, 부족한 내용은 상상으로 만들어야 하니 힘든 작업일 것이다. 이경손과 현앨리스를 시대의 아픔 속에서 자유롭고 매력적인 인물로 탄생시켰다.




 

나는 예술을 믿는다. 신을 믿듯이 아름다움을 숭양한다. 아름다운 추종함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믿는다. (9페이지)


 

이경손은 대대로 의원을 배출한 집안의 자제다. 사촌 매형을 좋아해 신학교에 다녔다가 뱃사람을 거쳐 예술학원에 다녔던 배우 겸 감독이다. 현앨리스는 포와(하와이)에서 태어난 최초의 조선인이며, 외국인 등록증이 있어 통행증이 없어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인물이었다.

 


소설은 이경손이 남자 화자로서 작품을 이끌어간다. 이경손의 행적이야 처음부터 확실히 드러나지만, 이경손의 시선으로 보는 앨리스는 알 수 없는 인물로 비친다. 부산에서 만났던 앨리스는 결혼 후 이혼한 상태였으며, 예술학원에서 배우 겸 감독으로 있던 경손에게 함께 카페를 차려보자고 한다. 해외문학을 중역하여 우리말로 옮겨 영화를 만들었던 평양키네마의 경손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초록 앵무새>에 나온 카카듀를 카페 이름으로 정한다.

 


일제강점기다. 영화예술인이라고 해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끽다점을 운영하는 이경손이 일본 경찰에게 잡혀가 이유도 알지 못하고 매타작을 당했던 시대였다. 이경손이 독립운동하는 것도 아닌데 그는 왜 잡혀갔을까. 그 이유는 앨리스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카카듀는 영화인들과 해외문학파 지식인들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아리랑>을 만들었던 나운규를 포함해 상해의 임시정부에서 박헌영이 나와 그 시대를 비춘다. 미모의 여인이 끽다점을 지켜 사람을 모으고, 빈 탁자에서 경손은 시나리오를 쓴다. 다른 한편으로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듯한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작가는 화자 경손을 상당히 속 좁은 남자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남자로 탄생시켰다. 그에 비해 앨리스는 강인한 인물이다. 신여성답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으나 아내가 있는 남편이라는 걸 알게 되자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도 이혼을 감행했다. 끽다점을 알리고자 개점 피로회를 열어 사람을 모았던 앨리스는 오히려 경손과는 달리 진취적인 인물이다. 비교적 자유로웠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건 사상이었다는 게 앨리스를 잘 표현한 부분이었다.

 


이경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현 앨리스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기에 더 매력적이었다. 절구로 원두를 빻아 가루로 만든 커피를 만들어내는 끽다점, 영화 예술과 삶을 논하는 곳. 그러나 아픈 역사를 지닌 장소에서 커피 한잔을 건네는 듯한 소설이었다.

 


우리에게 과거의 역사는 상처와 아픔, 위로의 시간을 건네주는 듯하다. 역사 소설을 읽는 일은 살아갈 방향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역사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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