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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그녀
왕딩궈 지음, 김소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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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남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여성이라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남성들만의 고유한, 감정선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화자는 57세의 남성이다.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을 이끌어가는데, 그가 만났던 여성들을 이야기한다. 어머니에서 누나로, 위민쑤와 종잉에 이른다. 류량허우는 가석방에서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들 뤠이슈의 집에서 함께 살다가 혼자 나왔다. 아윈이 그의 집안 살림을 해주며 뤠이슈의 눈과 귀가 되어 있는 상태다. 그는 외롭고, 죽은 아내가 그립다.
그가 들려주는 여성들은 차별의 삶을 살았다.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아내 위민쑤는 남성들의 권력이 큰 집안에서 태어나 차별의 삶을 견디지 못해 가출했다. 소꿉친구가 떠난 브라질의 시간을 쟀다. 가난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 남자들이 방에서 식사를 할 때 여자들은 부엌에서 남자들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 부엌에 누나가 앉아 있었다. 누나가 사촌들에게 놀림을 당할 때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행동을 깊이 후회했다.
종잉 씨, 그땐 그런 시대였어요. 여성의 목소리는 사회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꺼내야 했던 시대. 종잉 씨의 목소리는 거리에 있었죠. 쑤의 목소리가 가출 후 어둑한 밤에 있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 모든 목소리도 결국에는 절규일 뿐, 여성들이 원하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대표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120페이지)
류량허우는 대학 갈 시기에 시계점에서 일했다. 그가 대학에 갔을 때는 서른이 넘었을 때였다. 대학에서 종잉을 만나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으나 종잉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가 감옥에 있을 때 찾아온 종잉의 면회 신청을 거부하자 종잉은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종잉에게 그는 어머니와 누나가 살아왔던 차별의 삶을 말한다. 그가 사랑해왔던 여성들은 모두 차별을 겪었으며 그들 사이에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는 이 소설의 상징과도 같다. 자기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다는 표식으로 쑤는 롤렉스 시계를 아버지에게 선물로 보낸다. 반면 류랑허우가 위민쑤에게 준 건 스위스 시계다. 사랑의 감정, 가족의 상징성을 내포하는 스위스 시계를 찾기 위해 리줘웨이를 찾아갔다. 아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관계에서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지점이었다. 시계는 자기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증표로 쓰인다.
시계를 착용하지 않아도 모두와 똑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시계를 착용함으로써 갖게 되는 일종의 완전성에 있다. 그건 마치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 광채를 더해주는 것과 비슷하달까. (202페이지)
류량허우는 종잉에게 편지 형식으로 과거의 기억을 말하며, 리줘웨이에게 시계를 찾으러 가서도 누나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한다. 혼잣말하듯 하는 그는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말하는 듯했다. 어머니와 누나의 차별을 기억했던 그는 성년이 되어 만나는 여성에게는 양보하는 삶을 산다.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며 진정한 자기의 삶과의 화해였다. 그 시간을 보낸 후에야 새로운 삶의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살면서 많은 것을 놓치고 산다. 그 순간에는 별거 아니라고 여겼다가 놓치는 것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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