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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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이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받을 사람이 누군지 상상하며 적는다. 모르는 사람이기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가슴 속 깊이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친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오래전 펜팔을 한 적이 있었다. 낯선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일이 년을 펜팔 한 것 같다. 부끄럼을 탔던 나는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을 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였다.


 

편지 가게 글월은 서울 연희동에 실재하는 장소 글월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글월이란 편지를 높여 부르는 순우리말이다. 어떤 책에선가 글월을 올린다고 했던 것을 읽은 것 같은데, 글월이라는 이름부터 우리의 마음을 훔친다.

 





가족의 자랑이었던 효민 언니가 사기를 당하고 사라졌다. 영화를 찍기 바빴던 효영은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영화 촬영을 포기했다. 대학 동기였던 선호가 운영하는 글월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휴대폰 연락도 끊었던 언니의 편지가 오기 시작한 뒤부터였다. 글월은 펜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익명의 수신인을 위해 편지를 쓰면, 글월에 있는 편지를 한 통 가져갈 수 있으며, 직접 수령이 어려울 시 우편 발송도 가능했다.

 


글월이 있는 연희동에서 혹은 인스타에서 보고 온 사람들이 방문하며 꽤 알려졌다. 엽서나 편지지 세트를 고르는 사람, 탁자에 앉아 익명의 수신인에게 편지를 쓰는 사람의 얼굴표정을 상상해본다. 사각사각 글 쓰는 소리와 어떤 사람이 내 편지를 읽을까, 설레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쩌면 이렇게 다정하게 손편지를 썼을까.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여겼다. 영광, 은아, 원철, 민재, 효영, 영은이 뽑았던 일곱 통의 편지는 소설에 실릴 펜팔을 응모해주었던 손님들의 편지다. 실제 연희동 글월과 성수동 글월의 손님이 쓴 편지를 주인공의 사연에 맞게 골랐다. 손편지와 함께 사연들은 더 풍부해졌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던 때가 떠올랐다. 누군가를 상상하면서 편지를 쓰고, 답장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 생각났다.

 


친한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고 우리는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것 같다. 그 친구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더 알고 공감하게 되니 말이다. 일상에 바빠 만나는 게 뜸해지며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만나고 나면 피로가 쌓이는 걸 보면 아무래도 혼자인 게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건 우리가 익명의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과 비슷하다. 고민을 고백해도 아무런 편견 없이 들어주니 그러는 게 아닐까.


 

글월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에서 고민과 살아가는 모습들을 바라보게 된다. 편지라는 매개체가 있어 다정한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 삶은 정체되지 않고 물 흐르는 것처럼 나아간다. 일이 풀리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쳐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상실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좋은 것 같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는 것 같다.

 


편지가게 글월의 풍경을 상상해본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사진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글월에 가면 편지 한 장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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