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는 자들의 밤
빅터 라발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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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이 아이를 바꿔친다는 북유럽 신화가 있다. 신화의 내용은 다양한 소설에서 변주되어 독자들을 홀린다. 빅터 라발의 엿보는 자들의 밤도 바꿔친 아이와 동화 저 바깥에, 우리가 읽어왔던 고전 문학의 이야기가 숨 쉬는 소설이다. 처음 이 소설을 읽게 된 계기가 아빠와 함께 나간 아이를 바닥에 눕혀 놓은 사진을 전송받은 에마의 혼란스럽고 두려운 감정을 다루는 소설일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꽤 두꺼운 소설이었음에도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었다.


 

우간다에서 이민을 온 흑인 어머니와 뉴욕 출신의 백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아폴로는 사라진 아버지를 대신해 책에 파묻혀 살았다. 책을 좋아해 헌책을 사고파는 일을 하게 된 그는 도서관 사서 에마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조산사인 언니 킴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아기를 낳기로 했던 에마는 A 트레인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 장면이 영상으로 나오지는 않았으나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여기에서 문제는 아이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 널리 유포된다는 거다. 아이의 모습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작가가 말했다시피 SNS에서 부모들은 아이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긴다. 나 또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이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곤 했었다. 그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찍은 사진들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 아이의 얼굴을 기억하고 사는 장소를 안다면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아이가 예뻐 팔로워가 올리는 사진을 기다리고 영상을 챙겨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었더니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듯해 두렵다. 아이를 잘 지켜보라고, 아이 사진을 올리는 걸 조심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에마의 공포와 결이 다른 아폴로의 두려움이 그대로 전해져 시종일관 안심할 수 없었다.


 

범인을 쫓는 추리소설이라고 여겼지만 이 작품은 환상문학이었다. 책 이야기와 모험, 동화가 버무려진 버라이어티한 소설이랄까. 흥미로운 소재와 현실적인 상황으로 소설을 이끌어갔다. 모리스 샌닥의 저 바깥에라는 책은 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다.

 


아빠가 먼바다로 떠나고, 엄마와 집에 남은 아이다는 동생을 돌보지만 고블린이 창문으로 몰래 침입해 인간 아기를 데려가고 그 대체품을 남겨놓는다. 아폴로도 아들 브라이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지만 아내인 에마는 그 아이가 바꿔친 아이라고 소리친다. 아폴로의 머리를 망치로 치고 아기마저 죽여버린다. 복수를 하고자 에마를 찾는 아폴로는 그녀가 있을 거로 보이는 어느 섬에 당도한다.


 

고블린이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는 노르웨이의 전설과 함께 이 소설의 핵심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문학이라고 하지만 페이스북에 올리는 아이의 사진이 노출되고, 아이가 죽거나 아내가 사라지는 일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폴로는 에마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칼이 들려준 말처럼 숲에서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함에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진이나 영상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록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의 안전이다. 물론 기우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현실과 판타지, 동화와 실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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