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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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쓰레기 같은 남자가 어두운 밤거리를 걷는다. 여관 간판을 보자 등을 돌렸다가 다시 여관으로 들어선다. 그를 부르는 목소리. 그와 마지막을 함께 보낼 공간이다. 여관에 들어서서 벽에 기대앉아 지난 삶을 반추한다. 여섯 살의 기억, 물을 마시고 죽은 아버지, 이후 산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시절. 고아원의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원도에게는 무심했던 어머니.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라는 가르침을 주었던 산 아버지의 기억이 그를 짓누른다. 피할 수 없는 기억 중에 죽은 아버지가 있었고, 유경이 있었으며 그녀가 있었다. 그의 기억 속 버튼 하나로 원도를 박살될 시소가 있었으니 장민석이라는 존재다.


 

장민석은 고아원의 아이였다. 부모가 있었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아원에 맡겨졌던 아이. 바른말과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아이였다. 장민석이 원도와 같은 반찬을 싸오면서 관계는 비틀어진다. 의식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까. 이후의 원도는 장민석을 미워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장민석이 원도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겉잡을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자기에게 무심했던 엄마가 장민석에게는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싫었다. 창을 내다보며 손을 흔드는 모습에 심한 질투를 불러일으켰다. 그 장면을 몰래 지켜보는 원도를 상상해보라.




 


그가 아닌 장민석을 선택했던 그녀 때문에 원도는 상처받았다. 장민석을 더 미워하게 되었다. 마치 장민석이라는 존재는 있어서는 안 될, 그의 모든 것을 훔친 인간으로 비쳤을 것이다. 원도는 왜 살아 있는가, 왜 죽지 않았는가에 대한 고민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 이유를 탐색해보는 과정이었다.


 

나는 왜 살아 있는가.

이것이 아니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이다. (80페이지)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라는 질문은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처럼 비친다. 탐탁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상한 짓 하면 절대 안 된다.’던 여관 주인의 말을 흘려들으며 바지를 고리로 만들어 목을 밀어 넣던 그를 발견해주기를 바랐던 것일까. 그때까지도 그는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죽기 직전에야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많은 작품에서 보아왔던 케이스다. 원도는 어떻게든 살고 싶은 이유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시 살 힘을 얻기 위해, 왜 죽지 않았는가, 라는 질문을 하고 또 했을 것이다.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을까. 십일 년 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소설은 중고 서점에서 정가의 서너 배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될 정도로 사람들이 찾아 읽던 도서였다. 이 책을 찾는 독자들 또한 왜 죽지 않았는가, 그 이유를 알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살고자 하는 이유를 찾고 싶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최진영이라는 작가의 글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진영 작가의 행보를 마치 걸음을 걷듯 밟아온 독자로서 원도의 복간 소식은 반가웠다.


 

원도는 끊임없이 묻는다. 왜 사는가, 왜 죽지 않았는가. 답을 찾으려 길을 헤매는 그를 붙잡는 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는 당신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당신 곁에 있는 우리. 살고자 붙잡는 존재. 살아갈 힘을 얻는 존재 때문이었다. 나를 기다리는 존재 때문에 우리는 오늘을 살아간다. 그러므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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