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합본 한정판)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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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在日)’란 식민지 시대에 이주한 조선계 일본인들과 그들의 후손을 일컫는 말이다. 재일조선인에 관한 많은 작품에서 일본의 외국인 차별에 대하여 알았다. 조선인이라는 신분을 속이고 일본인으로 살고 싶어 했다. 이 소설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다. 더불어 선자라는 한 여자의 삶을 통해 격변하는 세계사에서 가족으로 얽힌 과거의 역사를 말한다.


 

부산 영도에서 선자는 하숙집을 하는 엄마를 도왔다. 하숙집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갔다가 일본 남학생들이 괴롭힐 때 구해주었던 한수를 만났다. 그의 아이를 밴 후 그와 혼인을 생각했으나 그는 일본에 아내와 딸 셋을 두었다. 아이와 선자를 거두겠다고 했으나 단호하게 거절했다. 몇 달 후 하숙집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왔다. 평양에서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기 위해 온 백이삭 목사였다. 평생 아픈 몸으로 살아 언제 죽을지 몰랐던 이삭은 선자의 사정을 듣고 아이에게 자기의 성을 물려주기로 결심했다.




 


선자가 한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백이삭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며 사랑하는 아들 노아와 모자수를 낳지 않았을 터였다. 그리고 백요셉과 경희를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엔 선자의 아들과 손자들이 자이니치로 살지 않았을 거다. 우리 삶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가족의 끈끈함은 한국의 고유한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요셉이 오사카로 이삭을 불러들이고, 가장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선자와 경희가 김치 장사를 한다고 했을 때 반대했던 이유도 여자는 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선자가 돈을 벌기 위해 시장에 나가 김치 사세요하고 외치던 장면. 처음에는 말이 안 나와 조용히 말했다가 점점 더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이삭의 죽음 이후를 걱정했으며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돈을 마련하려고 했다. 선자는 강인했고, 미래를 준비할 줄 알았다.

 


드라마에서 한수를 처음 보았을 때 무조건 나쁜 남자라고만 생각했다. 소설을 읽었더니 그가 선자를 사랑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아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고자 했던 것도. 노아에게 공부를 하라고 말했을 뿐 아니라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라고 했다. 한수는 사업가로서 국제정세를 발 빠르게 읽고 피해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아는 진취적인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무조건 미워할 수만 없었던 인물이었다.

 


아버지가 하나님은 아이들의 기도를 아주 꼼꼼하게 듣는다고 말했는데도, 하나님은 2년 동안 노아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아가 말할 수 없는 가장 큰 비밀이 있었다.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노아의 꿈은 이카이노를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280페이지)

 


일본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내 사랑, 너는 여기서 항상 외국인일 거고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어. 알겠어? 자이니치는 어디로든 떠날 수 없지. (725페이지)

 


선자의 둘째 아들 모자수는 파친코를 운영한다. 파친코는 조선인이 주로 운영했으며 많은 돈을 벌지만, 야쿠자로 인식됐다. 와세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던 노아조차 파친코에서 일본인으로 근무했던 점은 아이러니다. 아무도 모르게, 일본인으로 살고자 했던 노아는 조선인으로 산다는 게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한수의 아들이란 게 견딜 수 없었던 것일까.

 


작가의 디아스포라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2024년에 드라마 시즌2가 공개될 예정이다. 공개 시점에 맞춰 합본한정판이 출간되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무척 생생해 방영되었던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었다. 외국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나라에서 조선인은 이방인으로 떠도는 삶을 살았다. 아픈 역사가 가진 고통의 한 부분이 아닐까.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는 한국의 디아스포라를 기억해야 한다. 드라마 파친코시즌 2를 기다리고 있다면 먼저 소설을 만나보자.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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