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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사사키 아이 지음, 양하은 옮김 / 모로 / 2023년 10월
평점 :
한 소녀가 수영장에 빠지려는 찰나다. 정황상 빠지고 말 것 같다. 속절없이 빠져드는 첫사랑의 순간을 표현하는 듯한 표지에 우리는 이 소설을 짐작하고 만다. 첫사랑, 설렘, 첫키스 같은 순간들을.
네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 사사키 아이의 청춘소설이다. 우리의 청춘 시절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방황이 떠오르는 시기다. 그때 만났던 사람은 평생의 삶을 좌우하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오래 기억하는 걸 보면 삶이 어떠했든, 살아가는 데 큰 반향을 일으킨 것 임에 틀림없다.
표제작이기도 한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볼 수 있는 추억 한편이 아닐까 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언제나 홍차와 마들렌이 먼저 떠오른다. 홍차를 마실 때면 마들렌을 곁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이 소설은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 초콜릿이 묻힌 죽순마을 과자를 먹으며 기억력을 높이려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프루스트 효과를 - 죽순마을을 먹으며 공부했던 내용을 저절로 떠올리는 - 기대한 것이다. 도쿄의 사립대학을 준비했던 그들은 도쿄에서의 미래를 꿈꾼다. 도쿄의 지도를 펼쳐놓고 키스할 장소를 물색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첫 키스 상대를 정하여 키스를 하고 싶은 장소를 물색하고, 기다리는 설렘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 한 사람은 도쿄의 대학을 합격하고, 다른 사람은 재수를 하면서 관계는 변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먼저 대학에 간 사람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다. 도쿄에 대한 환상도 변하기 마련이다.
도쿄는 아무리 구석구석 걸어다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장소와 만나게 된다. 나는 꼭 그런 도시에서 살고 싶어. (57페이지, 「봄은 미완」중에서)
자기의 이름이 있는 소설을 누군가 썼다면 그걸 내 이야기로 간주하고 소설을 쓴 사람을 동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품을 먼저 읽고 작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내 경험을 비추어도 비교적 많았으니 말이다. 문예부 교실에 있는 친구를 보며 친해지면 서로 ‘시티걸즈’가 되기로 약속한 이야기 「봄은 미완」은 온전히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악보를 못 읽는다」는 학교의 4인조의 관계를 말하는 소설이다. 무리 중 아이돌 같은 외모를 가진 세 명을 제외한 한 명은 뽀글머리로 그들과는 달랐다. 뽀글머리는 세 명의 빵셔틀이 아니라 그들을 이끄는 무리로 보였다. 학교 다닐 때는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있어야 학교생활이 수월한 법이다. 무교라고 밝힌 스미레에게 자신도 무교라고 말하고 다가갔던 스가노가 바라보는 뽀글머리와 친구 관계를 바라볼 수 있다. 뽀글머리와 가가미의 비밀을 알게 된 스가노가 친구인 스미레에게 비밀을 지키려다 서로 소원해지는 이야기다. 모든 친구 관계가 그렇듯 우리는 자꾸 어떤 사람의 비밀을 지켜주려다 다른 친구와 소원해지고 만다. 오해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이어지는데 이런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터놓으며 오해를 풀 수도 있다.
「지독한 마침표」의 쇼코는 겨울방학이어서 고향에 가려고 신칸센을 탔다가 옆자리에 앉은 고다마 씨를 처음 만났다. 고마다 씨는 사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신발과 양말을 벗고 운전하는 습관이 있다. 취업을 한 쇼코는 회사원인 고다마 씨에게 드라이브를 하자고 했다가 동그라미가 있는 관계에서 마침표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야기다. 청춘들의 삶에는 다양한 아픔과 고통이 있다. 그 감정들은 훗날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 우리의 뇌리에 파고들어 떠올리게 한다.
어리숙하고 서툰 시절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지난날의 우리, 미래를 알지 못하기에 불안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도쿄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것들. 첫키스의 설렘, 첫사랑 그리고 이별. 이 모든 것을 경험하는 청춘 시절은 마치 홍역처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 시절을 거쳐왔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듯했다.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면 미완이라고 표현한다. 청춘 시절은 이와 같다. 언젠가는 완결할 수 있는 미완의 시절을 거치는 중이다. 즉 무엇이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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